채 상병 사망사건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주호주 한국대사 임명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공수처가 7개월간 조사를 안 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야당의 임명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해명은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해병 1사단장 등 관련자 8명의 경찰 이첩 과정에 보류 지시 등 수압외압 의혹의 핵심 수사 당사자에 대한 대사 임명 적절성과 그 과정이 문제다. 작년 9월 민주당 고발 이후 조사를 하지 않고서 출국금지조치만 연장했다며, 공수처에 책임을 떠넘기는 걸로 논란이 해소될 수 없다. 여론이 들끓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우려를 내놓는 건 이런 까닭인데 대통령실만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하다.
대체로 여당 비주류이기는 하나 임명 철회 요구나 용산의 정무감각 부족을 아쉬워하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사가 수사 대상인 게 알려져 있었던 만큼 사건이 해결된 뒤 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설명이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상민 의원도 “대사 임명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고 당으로서도 그런 걸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임명 시점이 아쉽다는 걸 토로하는 여당 후보들이 적지 않은 등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결심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집권당 소속 의원 상당수도 스스로 대사 임명 적절성과 과정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간 앞뒤 재지 않은 인사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에 비춰 대통령실은 야당의 선거공세로 일축하는 듯하다. "언제든 들어와 조사를 받겠다"고 하나 주재국에서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쳐야 할 대사가 할 말은 아니다. 여권 내 요구대로 현장을 누비면서 민심을 듣고 있는 한 위원장이, 이 대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권의 총선 악영향을 감안하면 더 그러하다. 침묵만 한다고 해서 해소될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법 전문가 아닌가. 설사 대통령실과 각을 세워 갈등을 빚더라도 합리성에 기초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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