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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출전권 가진 감독 위 감독... '선출' 부모는 농구부 '상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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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출전권 가진 감독 위 감독... '선출' 부모는 농구부 '상왕'

입력
2024.03.17 17:00
수정
2024.03.17 17:5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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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 휘문고 농구부 파행운영 의혹]
훈련 때부터 특혜... 경기 선발도 영향
대회 기간에도 감독·선출 부모만 식사
玄 아들들, 일반전형으로 농구부 입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교 농구부 감독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왕'으로 통한다. 신입생 선발부터 대회 출전권 등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라서 그렇다. 그런데 그런 감독 위에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선출(선수 출신)' 학부모다. 이들은 감독과 '학연'으로 얽혀 훈련부터 경기 출전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며 비공식적 입김을 미치고 있다고 일반 학부모들은 하소연한다.

거미줄 인맥... 감독이 선출 학부모 받드는 이유

17일 농구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엘리트 학원 농구는 선수 출신 학부모와 감독·코치가 '거미줄 학연' 관계로 묶여 있다. 어릴 적 함께 운동한 사이다 보니 감독도 선수 출신 학부모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사적 인연이 입학부터 대입까지 공정한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감독이 선수 출신 부모 자녀에게 출전 시간을 보장하거나, 득점 등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학부모 A씨는 "우리 아들은 훈련 시간에 잠시 쉬는 걸로도 감독에게 혼나는데, 아빠가 선수 출신인 부원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며 "학부모가 감독의 대학 선배이니 억울해도 참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매년 몇 차례 열리는 전국대회는 선출 학부모와 감독의 친목을 다지는 기회로 변질됐다는 전언이 잇따랐다. 대회 기간 저녁때마다 양측의 회식이 마련되는데, 일반 학부모들은 초대조차 받지 못할 때가 많다. 학부모 B씨는 "식사를 하면서 자녀 진학 이슈가 거론되기 마련인데, 일반 학부모들은 참여를 못 하니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학부모 C씨도 "선수 출신 부모는 감독 위 감독, 즉 '상왕', 우리는 '무수리'라고 부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과거 프로 출신 전직 감독이 아들이 다니는 고교 감독에게 갑질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며 "선출 부모를 둔 학생도 코치보다 부모 말을 우선시해 종종 팀 내 불화를 일으킨다"고 전했다.

일부 학부모는 대입에 상당한 가점이 있는 청소년 농구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해서도 선수 출신 학부모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지금은 농구 스타로 발돋움한 D선수도 고교 시절 대표 선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는 당시 경기당 평균 득점이 5, 6점인 '식스맨'에 불과했지만, 다른 학교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던 선수를 제치고 대표팀에 뽑혀 말이 많았다. 심지어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을 근거로 한 의원이 "지도자의 외부 압력과 짬짜미, 학연·지연 등 파벌에 의한 대표선수 선발이 자주 발생한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반 학부모는 관람석, 선출 학부모는 관계자석

서울 휘문고 농구부에 소속된 자녀를 둔 모 구단 감독이 학부모석이 아닌 관계자석에서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 휘문고 농구부에 소속된 자녀를 둔 모 구단 감독이 학부모석이 아닌 관계자석에서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독자 제공

현주엽(49) 감독이 재직 중인 휘문고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학부모들은 증언했다. 학교 사정에 밝은 제보자들에 따르면, 휘문고 농구부에는 현직 모 구단 E감독의 아들이 소속돼 있다. 학부모들은 훈련 과정에서 현 감독이 E감독에게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일반 학부모들은 훈련 참관이 제한되지만, 해당 감독은 관계자석에서 훈련을 보며 감독과 수시로 대화했다는 것이다. E감독 역시 휘문고 출신이자, 현 감독의 고교 선배다. 한 제보자는 "E감독은 현 감독 사무실에 수시로 드나들고 훈련 시간에 아들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단 측은 "감독이 연차휴가나 서울 출장기간 중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현 감독 역시 선출 학부모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본보가 확보한 녹취를 보면, 그는 휘문고 감독 부임 전 중학교 코치에게 전화해 "경기 중 스코어보드 작성을 왜 우리 아들이 하느냐", "내가 아버님이냐, 너의 선배로 전화한 것" 등 부당한 압력으로 볼 법한 발언을 여럿 했다.

또 현재 휘문중에 다니는 현 감독의 두 아들은 선수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후 농구부에 합류해 이전부터 구설에 올랐다. 휘문고 농구부 19명 중 일반전형 입부자는 단 3명이다. 휘문고 학부모 F씨는 "현 감독이 재계약해 내년에도 감독을 맡으면 휘문고 감독 아버지가 휘문중 아들을 선발할 수 있는 이해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감독은 "아이들이 키도 크고 체육선생님에게 제안도 받아 농구부에 지원한 것"이라며 "정식 테스트 과정을 거쳐 입부했다"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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