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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의 몰락'... "수입은 미봉책... 기후변화 적응 품종 보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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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의 몰락'... "수입은 미봉책... 기후변화 적응 품종 보급해야"

입력
2024.03.19 1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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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무죄]
<하> 사과만의 문제 아니다
대표 품종 수미 감자, 재배 급감
기후변화 적응 못 해 외면
신품종·기후적응기술 개발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불과 4, 5년 전만 해도 모든 농가가 수미 감자를 재배했는데 이젠 재배농가 비율이 30%도 안 될 거예요.”

경북 고령의 1만6,000㎡ 밭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김상덕씨는 “수미는 들쑥날쑥한 기상에 취약하다 보니 재배면적이 넓은 농가는 모두 다른 품종(설봉)으로 갈아탔다”며 이렇게 말했다. 1970년대 후반 도입 이후 줄곧 국내 감자 대표 품종으로 꼽혔던 수미가 농가의 외면을 받게 된 건 기후변화로 수확량이 급감한 탓이다.

수미보단 덜하지만 다른 감자 품종도 생산량이 줄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진용익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감자연구실장은 “고온과 가뭄이 심해지면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감자 생산량은 계속 감소세”라고 말했다. 2000년 70만 톤을 넘긴 감자 생산량은 55만 톤(2020년)까지 하락했다. 그사이 전국 167개 시‧군의 이상기온 발생 횟수(110.9회‧2019년 기준)는 과거 30년(1981~2010년) 평균 55.6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미의 몰락’은 다른 작물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 품종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식량 위기까지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환경부는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이번 세기말에는 국내 벼 생산량이 25% 줄어들 것으로 봤다.

변화한 기후 여건에서도 잘 자랄 신품종을 개발하는 게 필수적이란 얘기다. 한현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이상기상이 갈수록 잦아질 텐데 수급 불안이 불거질 때마다 수입을 확대하는 건 근본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환경 변화에 잘 견디는 품종 개발과 보급 확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온에도 빨갛게 착색이 잘 되는 아리수(사과), 여름에 수확하는 고하(딸기) 등 현재까지 기후적응인자가 포함된 신품종은 303개(2021년 기준) 개발됐다. 하지만 신품종으로 바꾸길 꺼려 하는 농가 등 보급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각 지역의 지형까지 고려한 작물의 최적 재배지 예측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종범 강원대 명예교수는 “같은 지역이라도 능선과 골짜기, 산꼭대기 등 지형에 따라 온도 편차가 크다”며 “A지역의 온도가 전체적으로 이렇게 오른다 수준을 넘어서 A지역에서도 지형에 따라 온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으면 작물의 최적 재배지를 찾는 데 더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과제와 함께 서둘러야 할 단기 과제는 이상기후 피해저감기술 개발‧보급이다. 안옥선 국립농업과학원 신농업기후대응사업단장은 “꽃눈에 뿌리면 개화시기를 2, 3일 늦출 수 있는 도포제를 개발했지만 아직까진 경제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품종 개발‧보급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경제성‧기능을 모두 갖춘 기후적응기술‧설비로 이상기후 피해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 무죄] 글 싣는 순서

<상> 금사과 미스터리

<하> 사과만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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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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