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앞다퉈 논란의 ‘막말’ 후보들을 정리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보 진영이 결집하는 가운데 중도층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제 밤 5·18 폄훼 발언이 논란이 된 도태우(대구 중·남구) 후보를 공천 취소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게 막말을 한 정봉주(서울 강북을) 전 의원의 후보직을 박탈했다. 사전검증에 실패한 것부터 양당은 반성해야 한다. 공천심사 단계를 무사히 통과하고 경선까지 승리한 이들이라 기가 막힌다. 당 지도부는 계속 뭉개다 여론이 심각해지고서야 조치를 취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광주 방문 전날 밤 급히 판단을 바꿨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문제 발언은) 많은 세월이 지났다”고 변호해온 터다.
’막말 후보 퇴출’은 국민 입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중대사안이다. 개혁신당도 어제 이기원(충남 서천·보령)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과거 소셜미디어에 소녀상에 대해 “딸이나 손녀가 자기 어머니 강간당한 사실을 동네 대자보 붙여놓고 기억하자는 꼴”이라고 망언을 했다. 말로 저급함을 드러낸 인물들이 다음 국회에 입성하면 정치개혁은 고사하고 그 폐해가 국민에게 돌아온다. 여야에는 아직 논란 중인 ‘막말 리스크’가 남아 있다. 국민의힘 장예찬(부산 수영구) 후보는 ‘난교 옹호’ 발언에 이어 ‘(서울시민) 교양수준이 일본인 발톱’ 등 발언으로 도마에 올라있다. 조수연(대전 서구갑) 후보는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했던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전면에 선 당 지도부는 어떤가. 이재명 대표는 “살 만하다 싶으면 2번 찍든지, 집에서 쉬시라”는 연설 발언이 비판받고 있다. 지지층 투표 독려로 설명하지만 ‘대의민주주의 부정’으로 오해받기에도 충분하다. 어느 진영이 더 최악인지 “차선보다 차악”을 택해야 할 국민은 참담하다. 스스로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쪽에 유권자 마음이 열릴 것이다. ‘말’의 책임감을 잊은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여야는 추가 공천 취소에 박차를 가하고, 유권자는 암적인 존재들을 총선 당일 눈에 불을 켜고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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