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의대 교수비대위 사직 결의
교수들 이탈 시 의료대란 불가피
여론조사서 의대 증원 찬성 88%
정부, 응급실 경증환자 분산 추진
"전공의를 보호하겠다"며 집단사직 결의에 동참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의료공백 사태가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 곧 한 달이 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맞물려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교수들 설득에 나섰다.
교수 집단행동에도 증원 찬성 여론 압도적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에 이어 15일 오후 2차 총회를 열어 집단행동 일정을 논의한 뒤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계명대, 경상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아주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양대 등 20개 의대 교수 비대위가 회의에 참여했고, 그중 사직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완료한 16개 의대가 사직서 제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4개 대학은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직서 제출 시기는 25일 이후로 하되,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25일은 앞서 정부가 발송한 3개월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유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다. 비대위는 22일 3차 총회를 열어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이날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도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더라도 수리되려면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의료 대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는 "사직서를 제출해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고,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및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병원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수들에게 실제 사직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단체행동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사직서를 내기로 했지만 환자를 두고 떠나기는 부담스럽다"며 "다른 교수들도 당분간 진료실을 지킬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교수라도 병원을 떠나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교수들과 간호사 등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이 가까스로 의료 대란을 막고 있는 만큼 정부에도 교수들의 이탈은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따른 진료유지명령이 유효하므로 모든 전공의는 진료 업무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며 "교수들이 진심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걱정한다면 환자 곁으로, 배움의 장소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환자 생명보다 제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의사들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여전히 확고하다. 한국갤럽이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00명 증원 방침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47%, '증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41%였다. 설문 참여자의 88%가 증원에 찬성하는 것이다. '정원을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응급실 경증환자 분산, 진료협력체계 마련
정부는 의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 15일부터는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전국 43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면 정책 지원금을 지급한다. 현재 27% 수준인 경증·비응급환자 비율을 더 낮춰 대형병원들이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예비비 67억5,000만 원을 배정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환자 전원과 협력 체계도 마련한다. 종합병원 100곳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신규 인력 채용 비용 월 최대 400만 원과 기존 인력 지원금 1인당 최대 200만 원을 제공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 수술, 방사선치료 등 예약환자를 진료협력병원으로 연계하는 경우에도 회송병원 수가가 100%에서 150%로 인상된다.
지난 11일부터 비상진료에 투입된 공보의와 군의관 150여 명은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전공의 수련 경험이 없는 일부 일반의들이 미숙련 업무에 대한 부담을 호소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의료 현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들이 공보의에게 정규 인력과 동일한 법률 지원을 하도록 조치했고, 책임보험에 가입한 의료기관에는 공보의도 가입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 추가 보험료는 재정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25일 즈음 공보의와 군의관 250명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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