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득표' 위해 사흘간 대선
투표율 72%↑… 지난 대선 추월
우크라, 러 접경지대 지속 공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한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7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당선은 이미 예정된 만큼 관건은 2018년 대선에서 얻은 최고 득표율(76.7%)을 경신할 수 있는지 여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을 반기지 않는 우크라이나는 사흘 내내 러시아에 공습을 가했고, 러시아는 이를 '선거 방해'로 규정하며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다. 지난달 25일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센터(VCIOM)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79.6%에 달했다. 대선 후보 4명 중 나머지 3명도 친(親)푸틴 인사이거나 존재감이 희미하고, 유일한 '반(反)푸틴' 보리스 나데즈딘 후보는 서류 제출 오류 판정으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은 당선보다도 '압도적 승리'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8년 대선의 투표 참여율(67.5%)과 득표율(76.7%)을 넘는 것이 목표다. 역대 처음으로 대선을 하루가 아닌 15~17일 사흘간 치르고, 일부 지역에 전자투표 제도도 최초 도입했다. 러시아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에게 투표 참가 인원을 할당하기도 했다.
그 결과 투표 참여율은 지난 대선 수준을 훌쩍 넘겼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선거 마지막 날인 17일 "그리니치 표준시(GMT) 오전 10시 50분 기준 전국 투표소에서 66.07%, 10시 기준 전자투표 6.89% 투표율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선거가 가장 늦게 끝나는 러시아 최서부 지역 투표 마감(GMT 오후 6시)을 약 7시간 남긴 시점에서 전체 투표율이 72.96%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2030년까지 '30년 장기집권' 역사를 쓰게 된다. 옛 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 독재를 넘어선 기록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처음 대통령직에 앉았고,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에는 3연임 제한 규정으로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앉히고 총리로 물러났다가, 개헌으로 다시 대선에 도전해 2012년, 2018년 당선됐다. 72세인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포함해 두 번 출마가 가능한데, 두 번 모두 당선되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사실상 종신 집권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예견된 결과지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국민들의 지지를 명분 삼아 전쟁을 정당화하고,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정치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광범위한 대결에서 승리하는 데 자유재량을 원한다면 큰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 싱크탱크도 "(푸틴 대통령의 압승은) 그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고, 향후 6년간 자신의 비전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선거 기간 동안 계속해서 접경 지역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선거 둘째 날인 16일 접경 지역인 러시아 벨고로드주를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사망자 3명, 부상자 8명 등을 낳았고, 러시아 사마라 지역 정유공장에도 드론 공격을 가해 불을 냈다. 푸틴 대통령은 16일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런 범죄에 응징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대선 마지막 날까지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이어졌다. 선거가 마무리되는 17일 러시아 국방부는 밤새 여러 지역에서 총 35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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