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게시판 개설 2주 만에 문의 200여건
전공의 사직서 효력 두고 충돌하는 의-정
의사회 "사무직 알선...추후 진료직도 검토"
‘사직한 3년 차 정형외과 전공의, 후원과 일자리 구합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대형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이 돼 간다. 정부는 연일 “돌아오라”며 어르고 달래고 있지만, 대다수는 꿈쩍도 할 생각이 없다. 외려 일반병원에 구직을 문의하는 전공의가 늘고 있다. 정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취업’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직 효력의 쟁점으로 떠오른 ‘한 달’ 기한 만료를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 전선만 추가됐다.
"일반병원에라도" VS "재취업 절대 불가"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의사회 구인·구직 게시판에는 이날 기준 ‘사직 수련의가 일반 병원에 일자리를 구한다’는 취지의 글이 수백 건 올라와 있다. 해당 게시판은 서울시의사회가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재취업을 돕겠다며 이달 초 개설했는데, 2주 만에 구직 관련 게시글이 200건 넘게 쌓이는 등 문의가 쇄도 중이다. 의대 졸업 후 올해 임용을 포기한 인턴부터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소속 전공의까지 작성자 면면도 다양하다.
전공의들의 잇단 재취업 시도는 계기가 있다. 집단사직 후 한 달째 되는 18일 민법상 사직 효력이 자동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지난달 20일 병원을 떠나기 전 제출한 집단 사표를 병원 측이 수리하지 않아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지, 발생하면 언제부터인지 등을 놓고 의문 부호는 계속 따라다녔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민법 제660조를 근거로 자동 사직 처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노동자는 언제든 계약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상대방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직서 수리는커녕, 업무개시 강제명령까지 받은 만큼 효력은 전혀 없다고 일축한다. 전공의를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는 4년 등 다년으로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해 민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신분으로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새 의료기관을 개원할 수 없다는 의료법 겸직 금지 원칙을 들며 재취업은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엄포를 놨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해석이 분분해 현재로선 병원 사무직이나 안내직으로의 연계만 이뤄지고 있다"며 "사직서 제출 한 달이 지나면 의료인으로서 취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쟁점 된 한 달... 법조계·개원의도 '시끌'
법조계 의견마저 첨예하게 갈려 대법원 판결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신현호 의료법 전문변호사는 "사표 제출 뒤 노동자 신분이 한 달간은 유지돼 해당 기간 안에 업무개시 및 진료유지 명령에 대한 불복은 처벌 가능하다"면서도 "고용계약은 일방적 의사표시로도 해지할 수 있고 전공의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반면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집단행동이 원인이 된 사직서를 개인 사유로 낸 사직서와 동등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개시 명령이 우선되므로 전공의 신분이 유지되고 일반 병원 취업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병원들 역시 19일부터 본격화할 구직 문의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A씨는 “후배들이 딱하지만 덜컥 고용했다가 개원의도 처벌받을 수 있어 제의가 와도 좀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100개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1만2,000여 명 중 10명 안팎(15일 기준)만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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