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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차르' 푸틴 "더 강한 러시아로"… 우크라의 봄은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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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차르' 푸틴 "더 강한 러시아로"… 우크라의 봄은 멀어지나

입력
2024.03.18 18:30
수정
2024.03.18 18: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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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일 대선서 '역대 최고' 득표율 87% 압승
러 언론 "엄청난 지지와 결속력 보여준 결과"
철권통치로 내부 단속·반서방 결속 고삐 죌 듯

5선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5선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세기 차르(황제)'로 재등극했다. 지난 15~17일(현지시간)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87%가 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 기록을 새로 쓰면서다.

푸틴 대통령이 선거 직후 내놓은 일성은 "더 강한 러시아"다. 안으로는 1인 철권통치를 강화하고, 밖으로는 반(反)서방 고삐를 바짝 조일 것으로 보인다. 3년째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봄은 더 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득표율 87% 압승… "독재정치 특징"

18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99.4% 개표 결과 푸틴 대통령이 87.3%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 때 자신이 세웠던 종전 최고 득표율 기록(76.7%)을 깼다.

푸틴 대통령의 적수는 없었다. 차점자인 공산당 후보 니콜라이 하리토노프의 득표율은 약 4.3%에 그쳤다.

17일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가 표시된 화면 앞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 촬영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17일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가 표시된 화면 앞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 촬영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최종 투표율도 77.4%로, 2018년 대선 투표율(67.5%)을 넘어섰다. 야권 등의 투표 불참 주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민 중 대다수가 투표에 참여해 푸틴 후보를 지지한 셈이다. 다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유럽대 정치학과 교수 그리고리 골로소프는 "(높은 득표율은) 극도로 폐쇄적인 독재정치의 특징일 뿐"이라며 "이 결과는 선거 시스템과 투표 과정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통제 정도를 말해준다"고 평가절하했다.

2030년까지 5번째 임기를 잇게 된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어젖혔다. 타스와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7일 선거 종료 후 모스크바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40여 분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철권통치를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향후 수개월간 러시아 내 반대 여론을 억누르기 위한 새로운 법률 제정이나 정적에 대한 체포·구금 등 탄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대선 마지막 날인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시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미사일 모형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러시아 대선 마지막 날인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시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미사일 모형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최우선 과제는 우크라 전쟁"… '추가 징집' 판 더 키울까

높은 득표율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내부의 압도적 지지로 해석될 공산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번째 임기의 우선순위 관련 질문에 "우리는 '특수 군사 작전'의 맥락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첫손에 꼽았다.

당장 아쉬울 게 없는 만큼 종전이나 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그는 "평화회담을 선호하지만 단순히 적의 탄약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평화 회담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 힘을 더 쏟아부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2년 9월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 이후 민심을 살피며 추가 징집을 자제해 왔지만 대선이 끝난 만큼 곧 2차 동원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린 로젠펠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종종 인기 없는 조치를 선거 이후로 연기해 왔다"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고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보스토치니=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보스토치니=AP 뉴시스


반서방 구심점 역할 강화… 북중러 밀착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속화된 '신냉전' 구도도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충돌 가능성 질문에 "오늘날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이는 전면적인 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한 걸음이 될 것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함께 거부할 안정적 지렛대이자 전략적 파트너라고 CNN은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지속 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제재는 실패할 것이다"며 중러 밀착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오는 10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 의장국으로 정상회의를 열면서 주요 7개국(G7)에 맞선 동맹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에티오피아 이집트가 새 브릭스 회원국으로 합류하면서 외연이 두 배가량 커졌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에 맞선 북한과의 밀착도 지속될 전망이다. CNN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시아와의 유대 강화는 한미 공조 국면에서 경제를 살릴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도 러시아에 무인기(드론)와 탄약을 제공하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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