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약 보완은 기본, 글자 읽어주는 게임도 속속 등장
콘진원 연구 "시각 장애 있어도 게임에 의욕 보여"
올해로 서비스 20주년을 맞은 넥슨의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마비노기는 지난해 12월 음성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속 버튼과 아이템에 마우스를 올리면 인공지능(AI) 합성 음성이 내용을 읽어준다. 시각 장애가 있는 게이머가 호소하자 도입했다.
마비노기의 노력은 예외적이지 않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다수가 시각 장애인의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기능을 업데이트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게임계에 뒤처졌던 접근성 관련 옵션이 구작과 신작을 가리지 않고 속속 생기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의 인기 게임만 봐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넷마블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 등이 게임 내 설정으로 색약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중소 규모 개발사 게임 가운데선 청각만으로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도 있다.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은 문장만으로 이뤄진 게임이라 문장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의 도움을 받으면 시각 장애가 있어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올드아이스의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아예 시각 개념이 없이 소리만 듣고 미로를 탈출하는 게임으로 관심을 모았다.
'완벽하지 못한' 시각 보조... 해외산 게임 한국어 더빙 없어 문제 되기도
이처럼 게임사들의 관심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실제로 시각 장애 게이머 경험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시각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연구를 맡은 한신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시각 장애 게이머 6인의 플레이를 참여 관찰한 결과 국내외 제작사 관계없이 게임의 시각 장애 대응 기능은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예를 들어 축구 게임인 'FC 온라인'은 녹색 계열 유니폼을 입은 선수와 잔디의 구분이 어려웠고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4'는 어두운 분위기와 작아서 식별이 어려운 글씨에 대한 조정 기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니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풍부한 시각 보조 기능이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한국어 더빙이 되지 않아 영어를 모르면 이야기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진의 설문에 참여한 시각 장애인 게이머는 기존에 외부 스크린 리더와 화면 확대 등의 기능을 사용해 게임을 해 왔지만 가능하면 게임 자체가 음성을 출력해 주거나 컨트롤러 진동 등을 통해 게임 정보를 알려주기를 바란 것으로 조사됐다.
콘텐츠진흥원은 "시각 장애인은 스토리 파악과 게임 진행에 일부 어려움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구매 의욕을 보이는 등 게임에 상당한 흥미가 있음이 나타났다"면서 "기능 보완을 통해 게임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각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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