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7개월 만에 양산까지…엔비디아 공급 전망
대량 양산 시작…삼성전자·마이크론 추격 따돌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인 HBM3E D램을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한다. HBM3에 이어 HBM3E도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에 들어가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3E를 양산해 이달 말부터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19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이다. 이날 발표는 18~21일 이어지는 고객사 엔비디아의 AI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4)에서 경쟁사들의 신제품 소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용량과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붓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HBM은 연산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GPU에 보내주고 결괏값을 받아 다시 저장하는 데 특화됐다.
SK하이닉스는 "HBM3에 이어 현존 D램 최고 성능이 구현된 HBM3E 역시 가장 먼저 고객에 공급하게 됐다"며 "HBM3E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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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4~6월)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최신형 GPU인 H200에 탑재될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납품을 위한 대량생산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1월 말부터 HBM3E을 생산해 엔비디아와 제품 테스트를 해온 것으로 안다"며 "마이크론의 경우 2월말 생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납품이 가능할 정도의 양산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올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 20% 될 것"
SK하이닉스의 HBM3E는 초당 최대 1.18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 분량이 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열 발생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신제품에 어드밴스드 매스 리플로 몰디드 언더필(MR-MUF) 공정을 사용해 열 방출 성능을 이전 세대보다 10% 향상시켰다. SK하이닉스의 어드밴스드 MR-MUF는 기존 공정보다 칩을 쌓을 때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휨 현상 제어 기능도 개선해 HBM 수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AI 반도체 시장이 팽창하면서 D램 매출에서 HBM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6%에서 2023년 8.4%, 올해는 20.1%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BM 생산 능력도 올해 크게 향상해 지난해 웨이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 월 4만5,000장 수준으로 생산했지만 올해는 삼성전자 13만 장, SK하이닉스 12만∼12만5,000장으로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HBM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의 생산량은 지난해 월 3,000장, 올해 월 2만 장 수준으로 예상된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세계 최초 HBM3E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업계를 이끄는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며 "그동안 축적해온 성공적 HBM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관계를 탄탄히 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 위상을 굳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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