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ESG적 시각에서의 이슈 탐구와 혁신 사례 소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잘하는 우수 기업 하면 어떤 기업이 있을까. 몇 개 기업이 떠오르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이 바로 유니레버다. 10년 넘게 지속가능성 최우수 기업으로 평가받아온 유니레버! 이 회사는 어떻게 이런 명성을 쌓았을까.
한 조직이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숨겨진 무기가 있기 마련이다. 유니레버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USLP(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성장전략이었다. 단순히 수익만 극대화하는 성장전략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환경을 지속가능케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누가 USLP를 시작하고 이끌었을까. 바로 폴 폴먼 회장이었다. 쇠퇴일로의 유니레버에 2009년 1월 취임해 10여 년간 USLP 전략으로 유니레버를 환골탈태시킨 주인공이다.
폴먼 회장이 201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글을 우연히 읽게 됐다. 그가 생각한 유니레버의 성장전략은 좋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더 담대한 계획을 던졌다. 우리 목표는 "우리 사는 곳을 지속가능한 생활공간(sustainable living commonplace)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전통적 방법을 벗어나, 구성원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행동변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 글에서 가장 와닿았던 표현 중 하나가 바로 "행동은 말보다도 더 크게 들린다(Action speaks louder than words)"였는데, 이런 슬로건하에 구성원들의 행동을 꾸준히 변화시켜 갔다.
행동변화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여기에서 USLP의 탁월함을 엿볼 수 있는데, 그는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한다. 첫째, 10억 명의 건강과 웰빙을 개선한다. 둘째,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반으로 줄인다. 셋째, 100만 명의 생활여건을 개선한다.
기업의 수익성, 생산성과 같은 전통적 용어가 아닌, 제품의 폐해를 줄이고 고객 생활여건을 보다 좋게 만드는 지속가능성 목표로만 채운 것이다. 당연히 구성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지속가능성 중시 경영전략인 USLP였다. 구체적으로 73개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해마다 측정·평가하면서 달성도를 체크함으로써 유니레버를 오늘의 위상으로 변모시켰다.
폴먼 회장이 남긴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명언이 있다. "우리는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재정의해야 한다. 우리의 적은 P&G나 네슬레가 아니라 바로 기후변화와 빈곤이다". 요즘 널리 인용되고 강조되는 ESG 슬로건을 그 당시 누구보다 먼저 제시했던 것이다.
이 유명한 USLP 옆에 항상 따라다니는 작은 네 단어가 눈에 뜨인다. "Small Action Big Difference". 이 단어도 폴먼 회장이 그 논문에서 강조한 유명한 문구에서 유래한다. '작은 행동변화가 큰 차이를 낳는다(Small action can make big difference)'라는 문장의 키워드 4개만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는 SABD라는 압축표어로 사용되면서 유니레버의 정신개조 슬로건으로도 활용되기도 했다. 그의 논문을 읽으면서, ESG 과정은 하루하루 작지만 유의미한 행동변화로부터 꾸준히 시작돼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새기게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