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19일 정책금리를 현재 -0.1%에서 0~0.1%로 인상했다. 일본 금리인상은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이다. 이번 조치로 2016년부터 일본 중앙은행인 BOJ가 시중은행 등의 단기 예탁을 받을 때 -0.1%의 금리를 적용해온 ‘마이너스 금리정책’도 종료됐다. BOJ는 아울러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장기국채 금리 상한을 조작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중단키로 했다.
이날 금리인상 등은 BOJ가 그동안 ‘경기 불황 속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해온 대대적 금융완화(돈 풀기)정책의 중지를 의미한다. 지난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일본 장기불황 탈출의 역사적 분수령을 지났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BOJ가 진작부터 YCC 정책 축소 등을 통해 금리인상을 예고해온 터라 일반적 예상과 반대로 이날 엔화는 소폭 하락하고 증시는 되레 상승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 변경의 핵심요건으로 강조돼온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됐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BOJ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였는데,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금 또한 연초 이래 일본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역대급 임금인상을 결정하면서 평균 5%대의 근로자 임금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사상 최고점을 연일 경신하는 증시 활황과 역대 최고 기업 실적, 대폭 임금인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률 등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본 내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증시 활황은 외국인 자금 유입 덕이며, 기업 실적 역시 주요 대기업 얘기일 뿐이라는 식이다. 임금이 오르고 일자리가 많아졌어도 실질소득이 감소해 가계는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라는 진단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다방면에서 장기불황 터널을 벗어나는 조짐이 뚜렷한 일본의 오늘은 불황 탈출은커녕 장기 저성장 우려가 점증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부러움과 경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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