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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동행' 고려아연·영풍 가문 대결은 무승부...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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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동행' 고려아연·영풍 가문 대결은 무승부...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입력
2024.03.19 1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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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안, 63% 찬성 '통과'
정관 변경안, 3분의 2 찬성 미달로 '부결'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75년 동안 동업 관계를 이어온 최씨·장씨 일가, 두 가문의 표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고려아연의 주주총회 결과는 1승 1패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양측이 치열한 장외 설전까지 주고받은 만큼 두 집안 사이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졌고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고려아연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2023년도 재무제표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이사·감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 등을 상정했다. 주총에는 의결권을 쥔 주주 90.31%가 출석해 높은 참여율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고려아연(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장형진 고문 측)은 배당 결의안과 정관 일부 변경안 두 건의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투표 결과 배당 결의안은 가결됐고 정관 일부 변경안은 부결됐다.



배당은 고려아연 승, 정관변경은 영풍 승

고려아연 주총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인 장형진(왼쪽 사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 사 제공

고려아연 주총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인 장형진(왼쪽 사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 사 제공


앞서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알렸다. 지난해 6월 중간 배당으로 주당 1만 원을 배당한 것을 합치면 2023년 배당으로 총 1만5,000원을 배당하는 셈이다. 그러자 영풍 측은 "2022년 현금 배당금 2만 원에 비해 5,000원 감소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주총 1호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 관련 결의안은 62.74%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영풍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또 안건으로 '정관 중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지우는 내용'도 사전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상장사 협의회가 권고하고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풍 측은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주총에서 정관 변경의 건은 53.02%의 찬성을 받았으나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이어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이번엔 고려아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5년 동업한 가문 한 달간 치열한 설전으로 멀어져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두 가문의 동업의 시작은 7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9년 영풍기업사를 함께 세운 고(故)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는 1974년 고려아연도 함께 창업했다. 이후 영풍은 장씨 일가가 맡아 경영했고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운영해 왔다. 영풍그룹 장 고문은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고 최 회장은 창업주의 손자다.

오랫동안 이어진 두 집안의 우애는 2022년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깨졌다. 고려아연 경영에 나선 최 회장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화, LG, 현대차 등의 해외 계열사를 참여시키며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본인 지분은 1.75%이지만 우호 지분을 확보해 33% 넘는 지분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 25.15%를 가진 최대 주주이고 장 고문 측 지분 등을 더하면 장 고문 측은 약 32%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주총 표 대결로 양측의 갈등은 깊어졌지만 그렇다고 쉽게 헤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주총 이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에선 계열 분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낮다.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를 하려면 특수 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데 양측 모두 지분 매입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해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을 계기로 양쪽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앞으로도 경영권을 놓고 물밑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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