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보의·군의관 250명 다음 주 추가투입"
의협 "정권은 짧지만 의료붕괴 여파는 영원"
미필 의대생 절반 "8월까지 현역으로 입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두고 대치하면서도 서로 자극하지 않으려 자제하던 의정 간 소강 국면이 정부의 강공으로 다시 요동치고 있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의사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2,000명 증원' 고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교육부는 20일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의대별로 교수 집단사직 일정이 속속 확정되는 데 맞서 보건복지부는 군의관 추가 투입 카드를 꺼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정 계획을 맹비난하면서 협회 임원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법적 대응할 뜻을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대형병원 의료공백과 관련해 "다음 주 공보의·군의관 250명가량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 공보의에 비해 전문의 비율이 높은 군의관의 투입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박 차관은 "제대 후 상급종합병원 전임의로 근무할 예정인 군의관의 조기 복귀도 국방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교육부는 20일 국무총리 담화와 함께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중수본 또한 의료계와의 대화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의대 2,000명 증원 고수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가 현장을 비운 지난달 20일 이후에도 의료계와 공식·비공식으로 40여 차례 소통했다"며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논의 대상이지만 정부 정책을 뒤집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과학적 근거와 설득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사직을 추진하고 있는 의대 교수들을 향한 경고 수위도 한층 높였다. 박 차관은 "때마다 정부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전공의가 먼저 의료 현장을 비우고 교수들은 제자 처벌을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악습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며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더 힘든 국면으로 향할지라도 정부는 이번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비상진료체계를 강고히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계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의협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정 예고를 겨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정권은 짧지만 의료 붕괴 여파는 영원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전날 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 통지서를 받은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불복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금번 면허정지 처분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법적 절차에 따라 행정소송 등을 통해 그 정당성을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약속해야 집단행동을 중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총회에서 다른 의대 교수들과 보조를 맞춰 25일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연세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공의 사직과 휴학은 진정한 의료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전공의를 초법적으로 협박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진료 수준은 최소한으로 축소 개편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동맹휴학 신청과 수업 거부로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은 '집단 입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병역 의무가 있는 남성 의대생을 대상으로 군 휴학 의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016명 중 49%(2,460명)가 "올해 8월까지 현역 사병으로 입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이미 입대 신청을 한 학생도 419명이라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