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오 전 인천시 대변인 '대장간 이야기' 펴내
인천·일본의 대장장이와 역사 속 대장간 담아내
"장인들 그만두면 영영 사라져...명맥 이어가길"
"원래는 대장일을 배워 대장간이 없는 인천 강화도에 대장간을 차리려고 했습니다."
정진오(55) 전 인천시 대변인이 명맥이 끊겨가는 한국과 일본의 대장장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대장간 이야기, 첨단 기술의 원점을 찾아서'(교유서가 발행)를 펴냈다. 25년간 신문기자로 일했던 정 전 대변인은 처음에는 기록자가 아니라 실제로 대장장이가 되려는 생각이었다. 그는 "2014년 대장간을 취재하면서 처음 만난 인일철공소 송종화 장인을 2022년 여름 찾아가 대장일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5, 6년은 걸린다며 손사래를 치시더라. 그것도 손재주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더라"라며 대장장이 꿈을 포기한 이유를 들려줬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련이 남았고 "몇 달 고민하다가 생각을 고쳐 대장간 관련 책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 시절 현장에서 취재원으로 만났던 대장장이부터 만났다. 인천의 마지막 대장간 거리인 중구 도원동의 최고령 대장장이인 송종화(86) 장인, 그의 동생인 인천철공소 송종원(81) 장인, 인해철공소의 김일용(74) 장인, 도원동에서 숭의동으로 옮겨간 도원철공소의 나종채(75) 장인 등이다. 또 문화재청 요청을 받고 숭례문 복구 과정에 참여했던 옹진군 영흥면 영흥민속대장간의 이규산(79) 장인과 일본 조총의 발상지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를 찾아가 만난 이곳의 마지막 대장장이 우메키 쇼지(57) 장인의 이야기도 담았다. 우메키 쇼지 장인을 제외하면 모두 70, 80대 고령으로 혼자서 대장간을 지키고 있다.
책에는 이들 대장장이뿐만 아니라 신화와 문학, 역사, 그림, 영화, 음악, 지명, 철학 속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백범 김구 선생과 대장간, 조총을 만든 성웅 이순신과 대장장이, 대장간과 무속인 등 대장장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모여 있다.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은 추천의 글에서 "저자가 이 책에 담아낸 것들은 역사학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가깝지만,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평했다. 정 전 대변인은 기자 시절 '인천인물 100인', '실향민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공저), 혼자서 '세월을 이기는 힘, 오래된 가게'(단독저서) 등을 펴낼 정도로 사람과 장소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2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여행인문학도서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정 전 대변인은 이규산 장인을 초청해 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른 장인들은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규산 장인은 "호미가 전 세계에 수출될 정도로 우리나라 제품이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대장간 일이 워낙 힘들다 보니 대를 이을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며 "내 대에서 끝날 것 같아 가슴이 아픈데,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변인은 "대장간이 아직도 존재해? 왜 필요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여전히 농촌과 어촌을 중심으로 수요가 있다"며 "저렴한 중국산 호미나 괭이와 비교해 장인의 제품이 기능이나 내구성이 뛰어나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 드신 장인들이 일을 그만두면 대장간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38대를 이어온 일본 다네가시마 대장간은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데, 우리도 지원 방안을 마련해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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