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의과대학 신입생 2,000명 증원이 확정돼 입시 판도에도 대격변이 일어날 전망이다. 전국 40개 의대 정원이 기존(3,058명) 대비 단번에 65.4%나 늘어 수험생들의 '의사 면허' 도전을 한껏 자극하게 됐다.
20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성균관대 의대와 울산대 의대 등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소규모 의대 정원이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 증가해 이과 상위권 수험생들의 지원이 대폭 늘어날 만한 규모가 됐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상위권 학생들은 넓어진 메이저 의대 문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반(半)수생은 물론 대학 2, 3학년 재학생까지 두루 정시를 노릴 가능성이 크고 'n수생'도 그만큼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방권 의대생 상당수가 지역인재전형 등 진입 장벽이 없는 경인권 의대 입성을 노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증원 인원의 82%가 배정된 비수도권 의대들이 서울 상위권 학생들에게 호재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역거점 국립대 7곳은 의대별로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고, 정부의 권고대로 지역인재전형이 60% 선으로 정해져도 나머지 40%(80명)가 서울의 이과 상위권 수험생에게는 적지 않은 비중이라는 것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정원(49명)이 4배나 늘어 200명이 된 충북대 의대는 타 지역 수험생 몫이 현 정원 이상 나올 것 아니냐"고 했다.
지역 의대 신입생이 현재(2,023명)보다 1,639명(81%)이나 증가해 각 권역 내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역인재전형으로 1,071명을 선발했는데, 증원 인원과 해당 전형 비중 확대를 고려하면 이 전형으로 선발될 학생이 2,000명대에 달해 더욱 의대로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 블랙홀'로 이공계 인재 유출이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내년에 늘어날 의대 총정원인 5,058명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학과 총모집인원(5,443명)의 93% 수준이다. 증원 인원만 해도 1,800여 명인 서울대 자연계열보다 많다. 정부 계획대로 5년 동안 의대생이 연 2,000명씩 늘어난다면 상당수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사 수가 대폭 늘면 매력도가 낮아져 일정 시점에서 의대 쏠림이 완화되며 이공계 수요가 회복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정부가 확정한 의대별 정원은 각 대학들이 학칙에 반영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을 받아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후 통상 5월 공고되는 대입전형 수시모집 요강에 최종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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