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 “최고 연합 전력 2만8500명, 중국·러시아도 의식”

러캐머라, 미 의회 출석… “계속 투자”
트럼프 2기 국방장관 후보가 감축 시사
“북한 우선순위, 정권 생존·제재 완화”

2021년 5월 18일 지명자 신분으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 중인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워싱턴=UPI 연합뉴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현재 주한미군 규모인 2만8,500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방어는 물론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해서도 필수라는 것이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20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주한미군 2만8,500명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에는 한반도 안팎에서 하는 양자, 3자, 다자 훈련과 여러 영역에서 실제와 가상으로 진행하는 훈련, 차세대 역량 실험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전협정과 방위공약, 전투태세를 유지하려면 의회의 지속적 지원과 (북한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적정 규모의 주한미군은 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 견제를 위해서도 불가결하다고 러캐머라 사령관은 주장했다. 그는 군사위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한반도에 제3국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2만8,500명의 최고 연합 전력이 한국에 전방 배치됐다는 사실을 중러 모두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지리적 현실과 매우 큰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한국은 동북아시아 안보의 핵심축이자 우리가 꼭 방어해야 하는 조약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첫 임기 때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지시한 적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지냈고 2기 국방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솔직히 얘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사일 등 핵무기 개발을 지속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러캐머라 사령관은 청문회에서 “그는 정권 생존에 필요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제재를 완화하려 한다”며 “자기 나라를 방어하려 준비 중이고, 그게 최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북한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있고 지금은 동계 훈련 주기”라며 “그(김 위원장)는 (군사)장비를 시험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장비를 제공해 러시아가 장비를 시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회색 지대’에서 활동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색 지대는 대규모 정규전이 아닌 민병대 등을 동원한 저강도 도발을 의미한다.

“중국,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 완료”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 “중국은 경제 성장 둔화 속에서도 공격적인 군사력 확대 및 현대화, 강압적인 ‘회색 지대’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모든 징후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의 증거”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출석해서는 “중국은 분명히 전쟁하지 않고 대만을 흡수하기를 원할 것이고, 중국이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행동(침공)해야 할 상황에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게 내 견해”라면서도 중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보지 못한 규모로 지상, 해상, 항공, 우주, 사이버, 정보 영역에서 군사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