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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미끼로 노동자 권리와 환경을 파괴하는…'오일샌드'는 어디나 있다

입력
2024.03.22 17: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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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비턴 그래픽노블 '오리들'

책의 제목인 '오리들'은 폐사된 오리떼를 다룬 기사에서 처음 등장한다. 김영사 제공

책의 제목인 '오리들'은 폐사된 오리떼를 다룬 기사에서 처음 등장한다. 김영사 제공

문학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를 졸업한 21세 여성 케이티에게 남은 것이라곤 상환해야 할 학자금 대출금뿐이다. 나고 자란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케이프브레턴엔 일자리가 없다. '주 수출 품목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 케이티는 목줄을 죄는 대출금을 빨리 떨쳐내기 위해 앨버타주 북부의 오일샌드(원유가 스며 있는 암석) 광산으로 떠난다.

'오리들'은 캐나다 출신 베스트셀러 만화가 케이트 비턴의 첫 장편 그래픽노블이자 회고록이다. 그는 만화가로 명성을 얻기 전 앨버타 오일샌드 채굴 현장에서 2년을 보냈다. 책에선 '케이티'로 불리는 비턴은 오일샌드에 대한 구체적 정보 없이 앨버타주로 떠났다. 목표는 하나, 돈이었다.

케이티는 그곳에서 노동, 환경, 젠더, 계급의 부조리를 경험한다. 노동조건은 열악했고, 남성 비율이 압도적인 현장인 탓에 성희롱이 만연했다. 자신이 폭력과 트라우마의 피해자라고 여길 즈음 광산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 때문에 자연과 지역 원주민의 삶이 파괴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테일링 연못(채굴 작업 후 남은 찌꺼기를 채운 오염수)에서 폐사된 오리떼 소식을 전하는 신문 기사를 그려 넣은 장면이 상징적이다. 먹이를 찾아 오염된 서식지로 잘못 날아든 오리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 유독한 환경의 일자리로 모여든 케이티와 동료들에 대한 비유로 읽힌다.

자본주의, 인간 착취와 소외, 환경 파괴가 교차하는 삶의 복잡성은 오일샌드 광산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턴은 "모두가 저마다의 오일샌드를 경험했다. 이것은 내가 겪은 오일샌드다"라고 작가 후기에 남겼다.

오리들·케이트 비턴 지음·김희진 옮김·김영사 발행·436쪽·2만9,800원

오리들·케이트 비턴 지음·김희진 옮김·김영사 발행·436쪽·2만9,8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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