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제 도입한 2013년 이후 '최단 기간' 경질
K리그, 감독들의 무덤 될라 우려 목소리 나와
이달 1일 막을 올린 K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3라운드 만에 감독이 경질됐다. 감독 경질 시계가 빨라지면서 올 시즌 K리그가 또 한 번 '감독들의 무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K리그2 성남FC는 20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기형 성남FC 감독을 개막 후 3경기 만에 경질했다. 지난 시즌 11승11무14패로 리그 9위에 그친 데 이어 올 시즌 1무2패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로 떨어지자 구단이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단기간이다.
K리그1도 예외는 아니다. K리그1 전통의 강자였던 전북현대는 시즌 시작 후 무승의 늪에 빠지면서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현재 K리그1 12개 구단 중 11위다. 30일로 예정된 울산HD와의 '현대가 더비'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통상 감독 경질 혹은 사임은 성적 압박이 심해지는 시즌 중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즌 초반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건 이례적이다. 2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2명의 감독이 시즌 중 경질되거나 자진 사임했는데, 이들 모두 10경기를 넘겨 뛰지 못했다.
이 감독 다음으로 빠르게 지휘봉을 내려놓은 건 인천유나이티드의 욘 안데르센 감독이다. 안데르센 감독은 2019년 4월 부임 10개월여 만에 구단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인천은 직전 시즌을 9위로 마쳤으나 새 시즌 개막 후 1승1무 상황에서 이후 5경기를 내리 패하며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 밖에도 수원 삼성의 이병근(2013년·경질된 해) 감독과 대구FC의 당성증(2013년) 감독, 포항 스틸러스의 최순호(2019년) 감독이 시즌 시작 후 8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고, 성남 박종환(2014년) 감독과 제주유나이티드 조성환(2019년) 감독, 인천 임완섭(2020년) 감독, 수원 박건하(2022년) 감독이 9경기 만에 감독직을 내놨다. 전북현대의 김상식(2023년) 감독과 부천FC 최진환(2015년) 감독, FC서울의 황선홍(2018년) 감독은 10경기만 치르고 물러났다.
축구계에선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 않다. 한 현직 감독은 "예전에는 재미있는 축구, 좋은 축구, 이기는 축구 등 세 가지로 나눠 봤다면, 요즘은 무조건 '이기는 축구'만이 좋은 축구가 됐다"며 "이런 세태 때문에 갈수록 감독에게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는 팀 스포츠라 선수와 코칭스태프, 감독 모두가 합을 맞춰야 잘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감독이 자신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구현할 수 있게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즌 초반 성적이 나쁜 구단들도 보통은 5월까지 기다렸다가 그때도 안 됐을 때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감독을 교체한다"며 "3, 4월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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