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보조금과 대출을 포함해 총 195억 달러(약 26조 원)를 지원키로 했다. 2022년 반도체지원법 제정 후 가장 큰 규모다. 인텔은 이를 마중물 삼아 총 1,000억 달러(약 135조 원)를 투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생태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사실상 ‘팀USA’의 완전체 반도체 제국으로의 복귀 선언이다. 그동안 반도체 종주국 미국은 주로 설계에 집중하며, 생산은 한국과 대만 등에 맡겨왔다. 그러나 미중 충돌과 코로나19 속에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생산까지 직접 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K반도체가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이미 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분야에선 인텔이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한참 못 미치는 마이크론이 AI 칩 황태자로 불리는 엔비디아 납품을 공표한 것도 심상찮다. 칩4 동맹국이었던 한국과 미국이 이젠 치열하게 싸워야 할 판이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을 비판했던 미국이 스스로 보조금 지원에 나선 건 AI 반도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각국의 전략 물자가 됐다는 걸 보여준다. 일본도 전체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를 보조금으로 줘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할 정도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인도까지 '칩워'에 가세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 시즌2는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머니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는 칩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 근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도 아낌없는 국가적 지원을 통해 적어도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거나 혼자 싸우게 방치해선 안 된다. 민관이 하나가 된 '팀코리아'로 K반도체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 미래 먹거리를 지켜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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