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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주 다음은 조국주?' 결말은 늘 씁쓸했던 테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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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주 다음은 조국주?' 결말은 늘 씁쓸했던 테마 열풍

입력
2024.03.25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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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주 흥망성쇠

조국(왼쪽 사진)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임명 후 취임 일성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일보

조국(왼쪽 사진)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임명 후 취임 일성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일보

18일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화천기계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돌풍과 함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로스쿨 동문이 감사를 지냈던 이 기업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조 대표는 “저와 제 가족은 화천기계와 어떤 관련도 없다”며 일찌감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화천기계 주가는 일주일(18~22일) 사이 37.38% 뛰었다.

4·10 국회의원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정치 테마주가 다시 기승이다. 특정 정치인의 행보와 선거 판세에 따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다. 기업과 정치인은 입을 모아 연관성을 부인한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급등한 주가가 거품처럼 꺼지는 것 역시 한순간이다. 그럼에도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는 ‘선거의 계절’마다 테마주 사냥에 나선다.

화천기계 주가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화천기계 주가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번 총선을 대표하는 새 얼굴은 단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테마주 화력도 압도적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두 달간 국내 증시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상위 6개 종목 중 2, 4위를 제외한 4개가 한동훈 테마주였다. 1위 와이더플래닛은 종가 기준 무려 713.07% 폭등했고, 대상홀딩스우(466.9%), 디티앤씨알오(356.2%), 덕성우(320.28%)가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16%)와 코스닥(18.9%) 상승률을 수십 배 웃돈다.

배우 이정재씨와 관련된 와이더플래닛, 대상홀딩스우는 지난해 11월 말 한 위원장이 현대고 동문인 이씨와 찍은 사진이 확산하면서 한동훈 테마주 선봉에 섰다. 디티앤씨알오는 사외이사가, 덕성우는 대표와 사외이사가 한 위원장의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한 위원장과 학연·지연·혈연·정책으로 엮여 주가가 들썩인 기업은 최소 30개 이상이다. 이 중 실제 관련성이 확인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로 소문이 나고, 투기 수요가 따라붙는 비이성적인 상황의 연속인 셈이다.

조국 대표 테마주인 화천기계를 비롯, 야권 유력인사 테마주도 제철을 맞이한 듯 기지개를 켰다. 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서 피습되자 이 대표 고향인 경북 안동에 본사를 둔 동신건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의 창당 직전엔 이 대표 동생이 고문으로 있는 삼환기업과 계열사인 남선알미늄 등이 급등했다.

20대 대선 정치테마주의관계 유형별 비중. 그래픽=송정근 기자

20대 대선 정치테마주의관계 유형별 비중. 그래픽=송정근 기자

문제는 이런 식의 가격 급등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치 테마주는 상승 재료가 소멸하면 빠르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다. 실제 와이더플래닛과 대상홀딩스우 등은 한 위원장의 정계 진출 기대감과 맞물려 급등하다 비대위원장 취임 이튿날인 12월 27일 각각 12.44%, 24.25% 추락했다. 이후 올 초 대통령실과 갈등, 봉합 등 뉴스가 있을 때마다 주가는 다시 냉온탕을 오갔다. 특히 정치 데뷔를 기점으로 최근까지 주가 흐름을 선으로 이어보면 우하향 흐름이 뚜렷하다.

이전 선거 때도 비슷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8, 19대 대선 상위 두 후보의 정치테마주 64개 종목을 주가지수로 만들어 분석한 결과, 정치테마주지수는 선거가 본격화할수록 상승하다 선거일 기준 13~24 거래일 전부터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정치테마주의 효시 격인 2007년 대선 당시 이화공영 주가도 결말이 좋지 못했다. 이화공영은 이명박 후보의 4대강 사업 공약 관련주로 묶이며 4개월 만에 25배 폭등해 12월 초 2만5,000원을 돌파했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하한가 행진을 이어가더니 그해 연말 6,000원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와이더플래닛 주가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와이더플래닛 주가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럼에도 정치 테마주 열풍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 특성과 맞닿아 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가치 변동을 주시하며 투자하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작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정치 이벤트에 휘둘리는 것”이라며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 대부분이 중소형주라 풍문으로 주가 상승을 일으키기 용이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과거 정경유착의 역사에 대한 기억도 투자자가 정치 테마주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유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일부터 선거일까지 정치테마주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집중 제보 기간을 운영하며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정치테마주 주가는 선거일이 다가오면 하락해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나 하락 시점과 변동 폭은 종목별로 상이해 예측이 어렵다”면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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