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동 성범죄 변호’ 논란으로 사퇴한 서울 강북을 후보 조수진 변호사 자리에 다시 친이재명계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을 공천했다. ‘부실 검증→공천→취소→2차 공천→사퇴→3차 공천’의 난장 속에서 ‘비명 횡사’(비이재명계 인사 탈락)와 ‘사천 논란’(이 대표의 사당화)은 더 커졌다. 일찍이 이런 정치 코미디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당초 민주당 서울 강북을 총선 후보 경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는 박용진 의원이다. 그럼에도 현역평가 하위 10%에 적용되는 ‘30% 감점’ 룰에 따라 정봉주 전 의원이 후보가 됐다. 그러나 ‘지뢰 목발 경품’ 발언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부랴부랴 정 후보의 공천을 취소한 뒤 전략경선을 실시했다. 차점자인 박 의원이 후보로 올라가는 게 순리이고 상식이었으나 민주당은 이번엔 노무현재단 이사인 조수진 변호사를 투입해 박 의원과 경선을 붙였다. 당원의 집중 지지로 승리한 조 변호사는 '배지를 주웠다'는 말까지 들었으나 결국 성범죄 피해자 2차 가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며 사퇴했다. 이런 상황에도 이 대표는 박 의원을 재차 배제하고 후보등록 마지막 날 한민수 대변인을 후보로 인준했다. 민주당은 시스템과 룰에 따른 공천이라고 하나, 박 의원이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서울 강북을 후보 결정 과정은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보여준다. 두 차례나 후보가 낙마한 건 그만큼 사전 검증이 부실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를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도 없다. 오히려 이 대표는 여성계가 한목소리로 사퇴를 촉구한 조 변호사에 대해 “조 후보의 사퇴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에도 민주당 서울 지지도가 다시 하락한 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든 야든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을 심판하는 건 유권자 몫이다. 그래야 국민을 더 이상 우습게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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