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 지나갔다. 이젠 낮이 점점 길어져 달을 보며 힘겹게 출퇴근하던 직장인들이 주변이 환할 때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됐다. 한강에 노을이 붉게 물든 저녁 무렵 반포대교를 찾아갔다. 태양이 다리 아래로 서서히 저물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퇴근길 버스 안에는 하루 종일 일과에 시달린 직장인들이 가득했다. 붉은 햇살이 버스 안에 스며들 때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그 강렬한 빛은 버스 안 사람들을 보듬으며 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최근 사과 대파 등 생활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가계 부채는 계속해서 늘어만 간다. 서민들은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급여는 물가 상승 속도에 한참이나 뒤처져 우리들 삶이 팍팍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견디는 보통 사람들의 인내는 눈물겹기만 하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조차 없다면 삶의 가치와 의미는 없어지고 어둠의 늪 속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힘 빠진 퇴근길에라도 잠시 뒤를 돌아보자. 버스 안으로 파고드는 한 줄기 햇살이 지친 어깨를 포근히 감싸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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