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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였던 청년, 빈손 창업 6년 만에 450억 매출 비결은?

입력
2024.03.25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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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집안 불편함 해결" 모토 '앳홈'
993만 1인 가구 겨냥 '미니 가전' 주력
미니 음식물 처리기·소형 건조기 인기
양정호 대표 "27년 유니콘, 29년 IPO"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양정호 앳홈 대표가 미니 가전 브랜드 '미닉스'의 소형 음식물처리기를 소개하고 있다. 앳홈 제공

양정호 앳홈 대표가 미니 가전 브랜드 '미닉스'의 소형 음식물처리기를 소개하고 있다. 앳홈 제공

"수량 늘려 주세요." "또 언제 판매하나요?"

지난 6일 모바일로 고객과 실시간 소통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네이버쇼핑 라이브 방송. '집 안의 불편함을 해결하겠다'는 모토로 6년 전 설립된 신생 기업 '앳홈'이 내놓은 소형 '음식물처리기'가 방송 40분 만에 1,077대 팔려 "매진됐다"는 안내 멘트가 나가자 이런 반응이 쇄도했다. 이 제품은 집밥 소비가 적고, 좁은 공간에 사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2리터)이다. 너비가 어른 한 뼘(19.5㎝) 정도로 작다. 잔반을 넣으면 4~6시간 만에 건조 분쇄돼 무게가 93% 줄고 냄새도 안 난다. 이날만 4억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한 달 전 첫 방송 때 판매 기록(920대)도 갈아 치웠다. 양정호(31) 앳홈 대표는 "1, 2인 가구는 집도, 주방도 좁아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하고 싶어도 놓을 곳이 없다', '냄새 안 나게 음식쓰레기를 바로 처리하고 싶다'는 니즈를 충족시켜 준 게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사보다 10만 원가량 저렴하고 색상과 디자인도 괜찮아 주문이 밀려 우리 직원도 못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는 993만 가구. 전체 가구(2,391만 가구) 중 41.6%를 차지한다. 2018년 양 대표가 세운 앳홈은 이들을 겨냥한 미니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미닉스'를 주력으로 한 회사다. 양 대표는 "유명 대기업은 단가가 높은 대형 제품에 주력하니 크기와 용량이 작은 제품을 선호하는 1인 가구 수요에 맞지 않았다"며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미니 음식물처리기 주문 밀려 "우리 직원도 못 사요"

3월 6일 앳홈의 소형 음식물처리기가 1,077대 판매됐던 방송 장면. '품절됐다'는 자막에 많은 고객이 채팅창에 아쉬워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네이버쇼핑 캡처

3월 6일 앳홈의 소형 음식물처리기가 1,077대 판매됐던 방송 장면. '품절됐다'는 자막에 많은 고객이 채팅창에 아쉬워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네이버쇼핑 캡처

2021년 3월에는 수건 8~10장 넣을 수 있는 미니 건조기(3㎏)도 출시해 5만 대 이상 판매했다. 소형 건조기를 원하는 소비자는 늘었지만 만족할 만한 디자인과 판매후서비스(AS), 이용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모두 갖춘 브랜드가 없었던 것. "혼자 사는 20, 30대 직장인이나 갓난아이가 있는 집도 조금씩 빨래를 자주 해야 해요. 그런 수요를 만족시켜줄 양질의 소형 건조기 제작 업체를 찾아 공동 투자해 내놨더니 적중했죠."

지난해 초 출시한 미니 식기세척기도 마찬가지다. 소형 식기세척기를 제작하는 회사가 국내에 없어 중국 제조사와 접촉해 수도와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개발했다. "물탱크에 물만 담아 놓으면 세척이 가능하도록 제작했어요. 수도와 연결하려면 싱크대에 놔야 하는 단점을 없앴습니다."

품질도 자부한다. 2년 전 경기 파주에 품질관리실을 만들어, 직원 8명이 성능 테스트와 AS를 담당한다. 이런 노력 끝에 앳홈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 보이고 있다. 임직원은 104명으로 늘었고, 유명 백화점·마트·쇼핑몰 등에 입접했다. 2018년 62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430억 원, 지난해에는 450억 원(잠정치)으로 뛰었다. 창사 첫해부터 매년 흑자다. 서울시의 '서울형 강소기업'에 선정돼 지원도 받고 있다.

"어릴 적 네 가족 단칸방 불편했던 기억, '미니 가전'으로 이어져"

양정호 앳폼 대표가 5만여대가 판매된 미니 건조기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박민식 기자

양정호 앳폼 대표가 5만여대가 판매된 미니 건조기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박민식 기자

30대 초반에 건실한 중소기업을 일군 그는 어린 시절 기초생활수급자일 정도로 가난했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성공의 자양분이 됐다. 어릴 적 네 가족이 단칸방에서 지내며 불편했던 기억이, 1인 가구의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돕는 '미니 가전'의 바탕이 됐다. 창업 사연이 궁금했다.

그는 당초 '헬스 트레이너'를 꿈꾸며 체대에 진학했지만, 어려운 집안을 단기간에 일으키기 어려울 것 같아 창업을 결심했다. 졸업 후 군 복무할 때부터 준비했다. 일과 후 이병철 정주영 손정의 등 기업인들의 자서전과 각종 경영·경제·서적 100여 권을 읽었다. 책의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 미팅 일정, 강연 일정에 맞춰 휴가를 나왔다.

전역 후 무자본 창업이 가능한 온라인 사업을 준비했다. 양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일종의 자영업자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포털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현재 회원 150만 명을 보유한 네이버 자영업 카페 ‘아프니까사장이다’다.

"문어숙회, 마사지기, 청소기 등 여러 제품을 판매했지만, 잘되지 않다가 LED 마스크가 대박이 났어요. 대기업 제품과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4분의 1인 20만 원에 팔았더니 하루 100개 판매할 정도였죠. 택배 포장, 마케팅, 전화 응대를 모두 혼자 해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아 한 달 순수익이 1억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1년쯤 지나 LED 마스크 제작업체가 "직접 판매하겠다"며 공급을 중단했다. 그때 자신의 회사와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2018년 '앳홈'을 세웠다. 토퍼 매트리스, 소음 없는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시작해 미니 가전으로 확장했다. 현재는 화장품과 식품 사업도 하고 있다.

"여전히 배고파... 유니콘 도약해 IPO 도전할 것"

양정호 앳홈 대표가 창업 초창기 자택에서 포장 택배 발송 등을 혼자 도맡아 일했던 때의 모습. 앳홈 제공

양정호 앳홈 대표가 창업 초창기 자택에서 포장 택배 발송 등을 혼자 도맡아 일했던 때의 모습. 앳홈 제공

앳홈은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양 대표는 "일본도 집이 좁은 편이라 똑같은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고 미니 건조기 브랜드도 없어 새 시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업체와 공동 개발하다 중단했던 스타일러도 새로운 형태로 개발해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을 타사 제품보다 파격적으로 낮춘 신개념의 보급형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수합병(M&A) 제안을 거절한 사실도 공개하며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M&A는 솔깃한 제안이라 일주일 고민했는데, 거절했어요. 창업자가 바뀌면 핵심 가치가 흐트러져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여전히 배가 고파요. 올해 매출 1,000억 달성, 2027년 기업가치 1조원 유니콘 기업 도약, 2029년 기업공개(IPO)가 목푭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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