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IS "우리가 모스크바 공격" 주장에도
푸틴, 대국민 연설서 우크라 배후설만 띄워
우크라 "전혀 무관"… 자작극 의혹도 제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전날 모스크바 공연장 총격 및 방화 테러와 우크라이나의 관련성을 제기했다. 앞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혔는데도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배후를 자처한 IS는 언급하지 않고 대신 '우크라 연루설'을 띄웠다. 그는 이번 테러를 "피비린내 나는 야만적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공격을 직접 감행한 용의자 4명을 두고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평화롭고 무방비 상태였던 사람들을 상대로 계획된 조직적인 대량 학살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 범죄를 저지른 모든 가해자와 조직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이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와 연관돼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번 총격 및 방화를 직접 저지른 용의자 4명을 비롯해 테러 연루자 11명을 구금했다며 "용의자들은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도 이번 테러에 대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연루 의혹이 터무니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러시아 주장을 일축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 '자작극' 의혹까지 제기하며 "우크라이나를 테러 공격에 연결하려는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격 직후 IS는 자신들이 테러 배후라고 밝히고 나서기도 했다. IS는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전투원들이 모스크바 외곽을 공격해 수백 명을 죽이고 부상 입혔다"며 "그들이 안전하게 대피하기 전 해당 장소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연장에서의 총격 테러와 방화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도 이번 공격이 IS 소행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방화로 대형 화재를 일으켰다. 이날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공격으로 최소 13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공연장 잔해에서 시신이 계속 발견되는 가운데, 사건 현장 수색은 적어도 수일간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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