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 기리보이
배우 홍시영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 참여 중
가장 그리운 순간? "교통비 아끼려 6시간 걸어 다니던 20살 때"
"음악도 조기교육 중요해... 자녀는 클래식 시킬 것"
래퍼 기리보이는 다양한 재주를 지닌 아티스트다. 가수 겸 프로듀서이자, 본명 홍시영으로 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하는 그의 최종 목표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듯이 가사를 쓰고, 늘 '이야기'에 대한 창작욕이 들끓는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촬영 현장을 몸소 느끼고 배우기 위함이었다.
앳된 얼굴의 기리보이는 지난 2011년 데뷔해 정규 10집까지 발표한 중견가수다. 지난달 26일엔 신곡 '미춰버리겠어'를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자이언티가 이끄는 스탠다드프렌즈에 합류한 뒤 첫 번째 행보다.
지금껏 여러 히트곡들을 냈고, 많게는 억 단위 저작권료를 받는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등 각종 예능에 출연해 솔직한 일상과 고민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기리보이는 "애도 어른도 아닌, 딱 중간으로 느껴지는 30대의 삶이 재미있고 좋다"며 웃었다. 기리보이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아도 담백하고 단단했다. 내적 에너지로 가득 찬 그의 작업물들과도 닮아있었다.
-가수로서의 꿈이나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뚜렷하게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잘 되고 싶은 이유가 뭘까 생각했을 때 가장 최근에 내린 결정은 무언가 의견을 냈을 때 수용될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유명해지고 싶냐고 묻는다면 누군가에게 어떤 의견을 표출했을 때 무조건 '안돼요'라는 말을 듣긴 싫거든요. 그런 힘이 생기려면 보여줄 게 있어야 하죠. 이 세상에서는 그게 설득시키기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독립해서 회사를 차리고 싶은 마음도 있나. 요즘 꽂혀있는 건 뭔지.
"회사의 수장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걸 못하는 성격이어서 뭘 하더라도 위에 누가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대표는 따로 있는데 디렉터가 저라던지 그런 느낌 같아요. 요즘은 모듈러 악기를 하나씩 모으고 있어요. 아직은 그걸 사용해서 뭐를 만들진 못하고 있지만 곧 해볼 생각입니다."
-지난 2022년 배우로도 데뷔를 했다. 이옥섭 감독과 '슈퍼스타 이효리' 작업은 어땠나.
"굉장히 재밌었어요. 맨 처음에 한 거인데, 그때가 제일 잘한 거 같아요. 급하게 일주일 전에 캐스팅이 된 거라 좀 긴장한 상태였죠. 이옥섭 감독님은 작업하는 방식이 특이하더라고요. 굉장히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거라고 들었어요. 제가 갖고 있던 걸 한 80%는 꺼낸 거 같아요.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확실히 얻는 게 있었어요."
-연기는 해보니 잘 맞는 것 같나.
"아직은 잘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재밌는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촬영장에서 두 번 정도 재미를 느낀 거 같아요. 익숙하지가 않다 보니 현장에 가면 쫄고 준비한 걸 100% 해본 적이 없어요. 뭐든 처음엔 힘든 거니까 나중에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무대에 올랐는데 원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지.
"공연할 때도 굉장히 긴장해요. 분위기가 좋으면 슬슬 풀리는데 사람들이 있으면 그때부터 쪼는 거 같아요. 하다가 긴장이 풀리는 것도 있는데 처음엔 늘 긴장하죠. 티는 안 나는데 공연도 백번 이상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최근에 대학교 입학식 행사를 갔는데 긴장이 절대 안 풀리더라고요. 입학식이니 관객들끼리도 서로 모르고 가만히 있는 분위기여서 마지막에는 '그냥 할 건 해야지' 싶어 혼자 미친 척하고 했어요. 하하."
-데뷔한 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그리운 시간이 있을까.
"세월이 빨리 지나간 느낌이고 엄청 많은 걸 했던 거 같네요. 스무 살 때가 제일 재밌었는데 맨날 얻어먹고 다녔죠. 그때도 옷 사는 걸 좋아했어요. 옷 사려고 교통비를 아낄 정도로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찔 정도로 걸어다녔죠. 대학로에서 방학동까지 걸어다녔어요. 우리 집은 쌍문역에서도 30분을 걸어야 돼요. 6시간을 걸었는데 점점 빠른 길을 찾아 단축시켰어요. 모든 게 재밌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반대로 지우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
"싹 다 지우고 싶어요. 게임할 때 ID를 새로 파는 느낌으로. 음원 사이트에 등록된 곡들만 보더라도 '이거 지금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는데' 하는 것도 있어서 다 지우고 새로 만들어서 낼 수 있다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가만히 보면 저는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도 인정받는 아티스트인데 스스로 천재성을 느낄 때는 없나.
"천재성은 조기교육 같아요. 저랑은 안 맞는 말 같고요. 제가 처음부터 느꼈던 게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한 게 퀄리티가 좋은 것들이면 기준도 높아질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곡을 만들고 혼자 컨펌을 하는데 제 기준이 작용을 하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무조건 클래식을 시킬 거예요. 성악이나 바이올린, 발레 같은 것들. 어릴 때 후회되는 게 어머니가 태권도를 보내줬으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실용음악과를 갔는데 거기 갈 준비를 1년 했거든요. 화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는데 그때 했던 거를 지금까지 쓰고 있어요. 그래서 전 '어릴 때 잘 해놔야 한다'고 말을 해요."
-자식 얘기도 하는 걸 보니 가정을 꾸릴 마음이 있나 보다.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완전 있어요. 어릴 때부터 아는 지인들 중에 제가 가장 먼저 결혼할 줄 알았어요. 저는 아이를 낳으면 일단 하고 싶은 걸 시키겠지만, 무조건 영어는 시킬 거고 음악을 하면 클래식을 배우라고 할 거예요. 청음을 잘 하는 사람들은 다 클래식 쪽이더라고요. 그런 걸 봤을 때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결혼 계획이 있냐고요? 그런 건 아니에요."
-미리 만든 곡 중 좋아하는 곡을 모아두는 폴더가 있다고 했는데, 또 공개할 곡도 있나.
"(폴더 속 곡들이) 거의 동나서 새로 만들어야 해요. 생각은 계속 하는 중인데 모르겠어요. 일단은 좀 쌓아놓고 각이 보인다 싶으면 마음을 정하는데, 아직은 느낌이 오는 무언가를 만들진 못하는 거 같아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너무 많죠. 보드게임도 만들어보고 싶고 복싱도 해보고 싶어요.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누가 글러브를 줬는데 이제 시작하고 싶어요. 캠핑과 골프도 하고 싶은데 시작을 못했어요. 집이 터질 거 같아서. 제가 뭐 하나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장비의 끝판왕이란 얘길 들었거든요. 그래도 캠핑 정도는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도 않는데 이미 캠핑 장비가 있거든요."
-어느덧 30대가 됐는데 어떤 기분이 드나.
"30대의 삶은 재미있어요. 딱 중간이잖아요.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 상황이 좋은 거 같아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청소년 때는 내가 어떤 의견을 표출해도 장난으로 받아들이잖아요. 그게 아닌 상태가 일단은 좋아요. 돌이켜 보면 어릴 땐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이 많았던 거 같아요."
-최종 목표가 시나리오 작가라고 했다. 인생 드라마는 '브레이킹 배드'라 들었는데.
"맞아요. 그거 진짜 마지막회를 보고 하루종일 우울했어요. 다 봤다는 사실이,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게 아쉬웠죠. 완전히 몰입해서 봐서 (작품과 관련된) 꿈도 꿨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먹고 자는 때였거든요. 지금은 끊긴 했는데, 제 얘기 같은 느낌도 있었죠. 아무래도 제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구상해둔 내용이 있나.
"뭐든지 다 써보고 싶긴 해요. 제일 좋아하는 건 '인셉션' 같은 영화들인데 그때의 상황에 맞게 해보고 싶어요. 내일 당장 뭔가 써야 한다면 큰 스케일의 작품을 할 수는 없을 거고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 건데 저예산으로 할 수 있는 주제여야겠죠. 그런 의미로 유동적으로 할 거 같네요."
-과거 '금쪽상담소'에서 고민 상담을 한 기억이 난다. 요즘도 힘든 순간이 있나.
"대중에 노출된 직업이라서 힘든 건 있어요. 사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아요.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최종적으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취미 생활만 하고 사는 사람을 꿈꾸죠. 남에게 평가도 받기 싫고요. 집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고 쌓아놓고 듣고 스스로 '좋다' 느끼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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