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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배후 밝히되 호도 없어야

입력
2024.03.25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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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모습. 전날 이 공연장에서는 무차별 총격·방화 테러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모습. 전날 이 공연장에서는 무차별 총격·방화 테러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로 사망자가 140여 명에 이르는 테러가 발생해 세계를 충격과 경악에 빠뜨렸다. 러시아 당국은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전날 자동소총을 난사해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 등 11명을 검거했다. 테러범들은 인화성 액체를 뿌려 공연장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상태였다. 이번 테러는 어떤 정치적 목적과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반인륜적 만행이란 점에서 세계가 그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테러범들의 잔혹함은 치가 떨리는 수준이다. 마치 산책 나온 것처럼 공연장 로비를 거닐며 총격을 가했고, “쇼 일부인 줄” 착각했던 관객들은 혼비백산한 채 희생됐다. 범인들은 바닥에 쓰러진 시신에 기관총을 쏘는가 하면, 비상계단에서도 시신 수십 구가 나왔다. 화장실에선 아이들을 꼭 껴안은 채 숨진 어머니도 발견됐다.

앞으로 더 걱정되는 건 푸틴 대통령의 잔혹한 보복 우려 때문이다. 사건 직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호라산(ISIS-K)이 자신들 소행이라 밝혔고 미국 정부도 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 미 당국은 지난 7일 극단주의자들의 임박한 공격 계획을 러시아 당국에도 알렸지만 러시아는 "우리 사회를 협박하려는 의도"라고 일축했었다. 푸틴은 테러 이후 대국민연설에서 “그들이 국경으로 도주했다”며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사실상 종신집권에 돌입한 푸틴이 이번 일을 국론결집 또는 우크라전쟁 추가징집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예상되는 이유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막으려면 ‘유혈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특히 러시아 당국은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내되 진실과 상황을 호도하지 않길 바란다. 푸틴은 2002년 10월 체첸반군의 모스크바 오페라극장 난입사건 때 독가스를 극장에 주입, 인질범과 관객을 몰살시키는 초강경 대응을 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테러에 대한 엄중한 규탄과 함께 ‘증오의 확전’을 막는 데도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 역시 공연장 등 일상의 공간에 대한 테러 대책을 재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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