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갈등 물꼬 트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면허정지)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국민의힘)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만나 "정부-의료계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한 뒤 건의하자, 곧장 나온 반응이다. 한 달 넘게 강경 입장을 고수했던 윤 대통령이 의대 교수 집단 사직(25일)을 하루 앞두고 보인 반응이라, 의정 갈등 국면에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은 직후 한 총리에게 이 같은 당부를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오늘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곧장 한 총리에게 '유연한 처리'를 지시한 동시에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도록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50분가량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피해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한 위원장은 비공개 간담회 직후, 대통령실에 당의 중재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 요청을 윤 대통령이 즉각 수용한 것은 전국 대부분의 의대 교수들이 25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의정 갈등이 최악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한 달 이상 장기화하자, 의료계를 향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 못지않게 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기미도 엿보였다. 여권 내부에서는 최근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 등으로 초래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2차 갈등'으로 당정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한 데 대한 위기감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민생을 강조하면서 민생 최대 이슈로 부상한 의대 정원 갈등을 해결하지 않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를 지시한 만큼, 26일부터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유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되면 일단 협상 가능한 지점부터 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선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외에 핵심 쟁점인 증원 규모(2,000명)에 대한 변동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부 방침이 확고한 상황이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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