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 상승했지만
빌라 공시가는 대체로 하락
빌라 공시가 산정 기준 불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자 빌라 임대차시장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 변동률은 상승으로 돌아섰지만 전세사기 역풍을 맞은 빌라는 공시가격이 내려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빌라 집주인들은 정부가 역전세를 조장한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빌라 공시가 변동률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산정 기준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
아파트랑 다르죠…빌라 공시가는 하락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 변동률은 3.25%(전국 1.52%)다. 지난해 역대 최대로 내려간 뒤 올해는 상승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빌라로 분류되는 연립·다세대 공시가는 올해 대부분 내려간 걸로 파악된다. 공시가는 한국부동산원이 개별로 책정한 시세에다 시세반영률(2024년 동결)을 곱해 산출한다. 지난해 전국 평균 빌라 실거래가지수는 1%가량 하락했고, 서울은 보합 수준에 머무른 결과가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전국 평균 아파트 실거래지수는 5%(서울 12%) 넘게 뛰었다.
한국일보가 서울 주요 지역 빌라 공시가를 확인해 보니 하락 경향이 두드러졌다. 빌라가 밀집한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1169번지 503호)는 올해 공시가격이 1억6,900만 원으로 정해졌다. 1년 전(1억7,800만 원)보다 5.05%(900만 원) 떨어졌다. 지은 지 2년 된 신축 빌라임에도 올해 강서구 평균 공시가 변동률(2.97%)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바로 인근 신축 빌라(368-4)도 공시가격이 지난해 1억9,200만 원에서 1억8,700만 원으로 2.6%(500만 원) 하락했다. 대학가인 서대문구 연희동 51-185 빌라 공시가는 올해 1.2% 하락했다. 양천구 목동(787-13) 빌라 공시가는 1억8,500만 원에서 1억8,300만 원으로 200만 원 떨어졌다.
빌라 임대차시장에서 공시가 하락은 곧 전셋값 하락을 의미한다. 현재 빌라 전세시장에선 전세보증 기준이 시장 가격으로 굳어져 있다.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전세사기를 막는다며 전세보증 기준을 대폭 강화하자, 신규 빌라 전세금은 거의 이 기준인 '공시가X126%' 값에 수렴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내려간 집주인은 신규로 세입자를 받을 때 역전세가 불가피하다. 화곡동 중개업소 대표는 "빌라 가치는 그대로인데 공시가 하락으로 인위적으로 전셋값을 내려야 하는 집주인 입장에선 당연히 답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믿지 못할 빌라 공시가
공시가 산정 기준에 대한 불신도 제기된다. 강서구 화곡동 362-65 신축 빌라는 올해 공시가격이 300만 원 올랐다. 반면 지하철역과 가깝고 더 최근에 지어진 인근 빌라 공시가는 떨어졌다.
서대문구 연희동 193-9 빌라 공시가는 지난해와 같은 2억2,900만 원이다. 이 빌라 집주인은 2년 전 전세보증 기준이었던 공시가 150%에 맞춰 3억2,000만 원에 전세를 내놨지만 이번에 4,000만 원 넘게 내려야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안심전세 앱에서 확인한 이 빌라 적정 시세는 3억7,000만~4억1,900만 원이다. 최저값을 기준으로 해도 공시가격이 시세의 61% 수준에 불과하다.
공시가가 시세를 한참 밑돌지만, 정부가 빌라 시세를 매길 때 공시가를 1순위로 활용하도록 제도를 바꾼 탓에 이 빌라는 시세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전세를 받아야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시장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만 고집하면 공시가가 떨어질 때마다 비아파트 집주인은 역전세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올해도 공시가 하락과 맞물려 빌라 역전세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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