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수상 이수지 그림책 작가
첫 에세이집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간담회
데뷔부터 수상까지, 작가 여정 촘촘히 담아
"아직 목말라...그림책 지평 넓히고파"
"이따금 글을 썼다. 젖을 먹다 스르르 잠든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얼굴에서 배어 나오는 고요와 평화가 전류 흐르듯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그 마음을 기억해두고 싶었다. 나의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소진하면 다시, 스스로 꽉 차오를까. 차오르는 감각도, 차오르는 마음도 다 써두고 싶었다."
-'만질 수 있는 생각' 중에서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50) 그림책 작가가 첫 에세이집 서문에 쓴 말이다. 이 작가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했던 생각과 느낌, 여러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를 다 붙잡아 놓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며 "그림책이라는 건 아이들이 손으로 넘겨야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아주 명확한 아날로그적인 세계인데 제 생각도 그렇게 남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책을 펴냈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이 작가는 2022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이후 볼로냐 라가차상, 뉴욕타임스 그림책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상 등 국제적 권위의 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매일 작은 뭔가를 발견한 여정"
이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영국에서 북아트를 공부하며 그림책과 인연을 맺었다. 이번 책에는 영국에서 첫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들고 북페어에서 만난 이탈리아 편집자와 첫 책을 만든 사연을 시작으로 그의 손을 거친 그림책의 시작점과 풀이 과정, 출판 에피소드가 담겼다. 그림책을 만들며 만난 사람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일상, 사물과의 인연 등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촘촘히 덧붙여 그의 작품세계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한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이고 예비 작가나 현업 작가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이다.
이 작가는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작가로서 한마디라도 더 하는 편"이라며 "모든 작품은 그 작가가 처한 환경과 맥락, 상황에서 나오는 만큼 내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작품의 세계도 훨씬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간 그림과 음악, 활자의 세계를 넘나들며 거리낌 없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수 있었던 데 대해 이 작가는 "그림책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세이집 출간도 그림책의 영역을 넓히고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요즘엔 아날로그적인 책에서 디지털세계로 건너는 중간 매체인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 싸매고 있어요. 궁극적으론 어린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다정한 장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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