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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현실화... "진료 축소될라" 환자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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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현실화... "진료 축소될라" 환자 불안 고조

입력
2024.03.25 17:20
수정
2024.03.25 17: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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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병원 외래 진료 지연 가능성 ↑
일정 연기에 수술 포기하는 환자
환자 불만도 높아져, 비판 목소리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서현 기자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서현 기자

25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김모(48)씨는 밤새 뜬눈으로 보냈다며 연신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이날 새벽 자신의 80대 아버지가 넘어져 눈썹 부위가 찢어졌는데,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김씨는 "구급대원이 병원 여러 곳에 전화를 했는데 갈 곳이 없다고 해 구급차 안에서 한참 대기했다"며 "간단한 수술도 안되는데, 더 심하게 다친 사람은 오죽하겠나"라고 탄식했다.

전공의 대거 이탈 상황에서도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하면서, 진료 축소와 수술 지연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진료가 무더기로 지연돼 불편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더 높아지고 있다.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

2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일보가 각 병원을 통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성모병원은 이미 전공의 집단 사직(지난달 20일) 이전과 비교해 외래진료를 15~20%정도 줄인 상태인데 교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면 외래진료 축소 여부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보다 외래를 10% 정도 줄인 상황이고, 외래진료 추가 축소는 상황을 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은 갈수록 불안하다. 올해 5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자연분만 출산을 앞둔 임신부 정모(34)씨는 최근 3주 간격으로 보던 진료 간격이 6주로 늘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간수치에 이상이 있어 대형병원을 예약했는데, 자연 분만을 하면 무통주사를 맞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제왕절개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제왕 절개 수술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마음이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수술이 늦어져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경북 상주시에서 13년 동안 과수원을 하다 무릎 연골에 혹을 발견한 난 박모(73)씨의 인공 연골 수술은 이달에서 다음달 말로 지연됐다. 박씨는 "4월은 한창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라 가장 바쁜데, 일찍 수술을 못하면 생계를 위해서라도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속관찰' 환자들도 막막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은 암이나 만성질환 등 치료 경과 분석 및 추적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의 진료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진료를 봤던 의료진을 떠나 다른 병원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4주에 한 번 항암치료를 받는 이모씨는 "담당 교수님이 사직 이야기는 안 하셨지만, 혹시 병원을 떠나면 나중에 치료를 받는데 차질이 있을까 두렵다"고 불안해했다. 지난해 어깨 힘줄이 파열돼 대형병원에서 수술한 박모(65)씨도 "오른쪽 팔은 수술 후 재활 중이고 올 여름에 나머지 왼쪽 팔도 수술할 예정"이라며 "교수님이 정형외과에서 권위 있는 분이라 들었는데, 사직서 제출 소식에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증원 철회 요구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안을 넘어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기다리던 박모(73)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처사는 이해가지 않는다"며 "구조적인 의료체계 개편을 이유로 눈앞의 환자를 두고 병원을 나가는 의사는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모(49)씨도 "진료를 못 받는다는 불안감보다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며 "현장에 남은 의사들에게 격려를 보내는 대국민 운동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정부가 "유연한 처리"를 강조하며 타협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의대 교수들은 증원 문제는 '타협'을 할 게 아니라 '원점 재검토'(철회)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아직 진료는 계속 보고 있지만,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고려대와 울산대 의대의 일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연세대 역시 사직서를 모아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진료 업무는 계속하되 주 52시간만 근무하는 등 외래 진료 역시 축소할 계획이다.

김재현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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