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잇따라 토론회 불참해
"후보 검증 자신 없어서 아닌가"
민주연합도 토론회로 활로 모색
# 총선을 앞둔 서울 마포을의 최대 현안은 상암동 쓰레기소각장 추가 건립 문제다. 도전자인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와 장혜영 녹색정의당 후보는 물론이고, 현역 의원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마포 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가 29일 주최하는 소각장 토론에는 함 후보와 장 후보만 참석한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정 후보는 주최 측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장 후보는 "주민들의 토론회 요구마저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며 선두 주자의 '몸조심'이 노골화되고 있다. 득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유권자가 각 후보 간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인 토론회조차 거부한다. 경쟁 후보들은 연일 '토론 배틀'을 신청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복지부동에 여념이 없다.
전북 전주을 현역 의원인 강성희 진보당 후보는 26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이성윤 민주당 후보가 KBS 선거토론회 당일 불참을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강 후보는 "이 후보가 '여사'라는 단어 하나를 핑계로 '셀프 입틀막'을 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토론회에 불참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거나, 후보 검증 과정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앞서 이 후보는 KBS가 본인 첫 번째 공약 자막을 '김건희 종합특검'이 아닌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으로 변경해도 되는지 문의했다는 이유로 토론회 불참을 선언했다.
제3지대도 거대 양당 선두 주자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경기 화성을 후보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MBC라디오에 나와 "공영운 민주당 후보가 당세에 의존해 선거를 치르다 보니, 방송국에서 개최된 토론에 잘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가 침대 축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허은아 개혁신당 서울 영등포갑 후보도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영주 국민의힘 후보가 촬영을 거부해 (후보자 인터뷰를) 방송할 수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지역구 모두 개혁신당이 열세인 곳이다. 다만 공 후보 측은 "방송사 토론은 지역구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 마포구에서 열려, 지역구를 오래 비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역에서 공약과 비전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례 정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조국혁신당과 국민의미래 등에 토론을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조국혁신당과의 지지율 경쟁에서 뒤처지자 토론회를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전예현 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전문성과 현장성을 갖춘 후보들로 정책선거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조국혁신당 등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두 주자의 '부자 몸조심'은 결국 유권자의 선택권 제약으로 이어진다. 특히 소수정당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최하는 법정 토론회를 제외하면 본인 정책을 알릴 기회조차 없다. 제3지대 소속 한 의원은 "양당이 도전자들의 몸집을 키우기 싫다고 의도적으로 토론을 피하고 있는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정당은 선거를 치르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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