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을 뽑거나 자원을 쓰는 일은 투명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그래서 채용은 시스템이다. 특별한 소프트웨어나 기술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채용 과정과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평가 기준이 납득할 수 있으면 된다. 합불 여부에 대해선 그 이유를 평가 기준에 따라 설명하면 된다. 결정권자의 개인 판단이나 친밀도가 채용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면 그걸 막을 수 있는 평가 체계를 보완하는 게 시스템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니까 채용 앞에 시스템을 붙일 필요도 없다. 이상하게도 정치만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을 쓴다. 선거 때가 되면 거대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후보자 정보를 입력하면 출마 후보를 선정하는 프로그램 같은 게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공천이란 말하자면 정당의 채용인 셈인데 시스템이 있다는 건 당연한 말 아닌가?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의 문제적 장면이 하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서대문갑 지역을 청년 전략 선거구로 결정하고 '슈퍼스타K' 방식의 대국민 오디션으로 치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선 규칙은 대국민 오디션과 거리가 멀었다. 민주당의 중앙위원 610명의 모바일 투표를 받기로 했다. 중앙위원은 서대문구 유권자와 거리가 먼 당 지도부다. 3월 4일이 약속한 결과 발표 날짜였는데 3월 2일까지도 평가 기준이 참여하는 후보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경선 규칙은 직전에 한 번 더 바뀌어 권리당원 투표 70%와 여론조사 30%로 결정됐다. 경선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면접을 거쳐 최종 경선에 오를 후보를 공개했는데 다음 날 면접에서 떨어진 후보를 최종 명단에 올렸다. 공교롭게도 대장동 변호사 이력을 가진 후보였다. 단수 공천한 지역을 차치하고 대국민 오디션을 약속한 지역에도 시스템이 없었다. 채용 과정과 절차는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고 평가 기준도 모호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중진 현역 의원의 85% 이상이 그대로 공천을 받았다. 지난 연말 비대위에 청년과 여성을 전면 배치했다며 세대교체를 떠들썩하게 약속했던 데 비하면 갸우뚱한 결과다. 양당 후보의 평균 연령은 국민들의 평균 연령보다 열 살 이상 더 많다.
양당은 공천에 대한 모든 의혹 제기를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는 말로 무마해 버린다.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은 갖추지 않고서 말이다. 시스템 공천을 했다는 말이 '더 이상의 질문을 안 받겠다'는 압박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정치에 도전한 신인들의 시간은 누가 책임지나. 각 지역에서는 갑자기 당대표와 가까운 인물들이 후보로 등록했다. 예비 후보 선거운동 기간 내내 거리에 나가서 인사를 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애를 쓴 게 무색하게도 공천은 친명-친윤 구도로만 진행됐다.
유권자의 시간은 누가 책임지나.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공천 파동에 대한 피로한 정쟁만 뉴스로 접하고 있다. 정치는 선거 뒤에 비로소 시작된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는 선거만이 유일한 정치인 것처럼 서로를 저격하며 임기를 보내더니 선거 기간마저 정쟁으로 채웠다. 여러분, 시스템은 비겁한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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