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회복 위해 감원·점포 축소
이커머스 확장, 구조조정 이어질 수도
흔한 점포 대신 먹거리 매장에 집중
대형마트가 주된 소비 공간 자리를 온라인에 내준 뒤 빠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군살 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돈을 잘 벌지 못하는 점포 정리, 직원을 내보내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은 기본이다. 최근 대형마트는 온갖 물건을 파는 만물상에서 주력인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흔한 점포를 지우고 '똘똘한 점포'를 세우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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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1993년 창립 이후 첫 희망퇴직을 다음 달 12일까지 접수한다. 임금 수준이 높은 고연차 직원을 줄여 회사 크기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내놓은 자구안 성격도 지닌다.
대형마트는 1990년대 후반부터 늘어 2010년대 초반엔 장을 보는 공간을 넘어 주말마다 가족 놀이터 역할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몸집을 키우던 쿠팡 등 이커머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소비 시장을 장악하자 대형마트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롯데마트는 2021년과 지난해 세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어 유통기업 맏형인 이마트마저 감원에 나선 건 대형마트의 부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받는다.
대형마트, 만물상 접고 초대형 슈퍼로
점포 축소도 또 다른 위기 탈출 시도다. 롯데마트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폐점 등을 통해 매장 수를 2019년 말 125개에서 지난해 말 111개로 줄였다. 홈플러스도 매장이 2019년 6월 140개에서 지난해 6월 131개로 감소했다. 이마트 매장(트레이더스 포함) 역시 2020년 160개에서 지난해 155개로 내려갔다. 트레이더스 안성점·동탄점 등이 문을 열었으나 이마트 동광주점, 가양점 등 9개 매장이 폐점한 결과다.
반면 대형마트와 경쟁 관계인 이커머스는 인력을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사업장 고용 정보를 보면 지난해 쿠팡 직원은 6만9,057명으로 2022년과 비교해 1만2,659명 늘었다. 마켓컬리는 289명 증가한 2,668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신선식품 등 국내 상품기획자(MD) 채용을 진행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커머스에 밀릴수록 대형마트의 인원·점포 축소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에 맞서는 대응책은 구조조정 말고 더 있다. 새로운 유형의 점포 구축이다. 이마트가 올해 다섯 곳 부지 확보를 목표로 추진 중인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가 한 예다. 대형마트가 기존에 취급하던 의류, 생활용품, 가전 등은 모두 빼고 오직 먹거리로만 승부하는 점포다. 이마트 간판을 단 초대형 슈퍼마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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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지난해 말 은평점에 도입한 '그랑 그로서리'도 같은 맥락이다. 그랑 그로서리는 식품 비중을 90%까지 끌어올린 형태로 오픈 이후 이달 중순까지 방문 고객,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5%, 10% 늘었다. 롯데마트는 그랑 그로서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추가 점포를 발굴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화두는 마트를 잘 운영하자는 본업 경쟁력"이라며 "특히 고객이 직접 보고 고르려고 하는 식품은 경쟁력이 있어 대형마트 모두 먹거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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