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흘 만에 "IS가 저지른 범죄"
'우크라이나 배후설'도 여전히 고집
내부 이민자 단속하며 IS 위협 경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발생한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가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IS가 범행 주체임을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러시아는 또 IS가 활동하는 국가에서 유입된 이주민을 고강도로 단속하는 등 추가 테러 경계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푸틴 "IS 짓이지만, 그 뒤엔 우크라..."
영국 가디언,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 주재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에서 "우리는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테러)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 직후 IS 아프가니스탄 분파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테러 배후를 자처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이를 확인한 상황에서도 줄곧 '우크라이나 소행'을 주장하다 사흘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으나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고집했다. 테러리스트들이 범죄 직후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피하고 있었고, 이번 테러로 이득을 보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아니겠느냐는 게 그 근거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다 내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와 같은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책임론을 부각해 러시아 내부 결집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139명(25일 오후 기준)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당국은 또 이날 3명을 추가 구금하는 등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용의자는 총 11명으로 늘어났다.
IS 테러 경계 강화한 러시아
러시아 당국은 IS에 대한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IS 및 이들과 협력하는 반(反)러시아 무장 세력이 활동하는 국가 출신 이주민을 고강도로 단속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테러 핵심 용의자 4명 모두 IS-K가 최근 세를 넓히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 출신이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은 "러시아로 유입되는 이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몇몇 공항에서는 중앙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입국한 이들이 몇 시간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구금되기도 했다. 경찰이 이주민이 머무는 장소를 급습하거나, 이주민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직원 목록을 제출하라는 요구가 떨어지기도 했다.
테러 자체에 대비하는 보안 조치도 강화됐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민간 보안업체가 쇼핑센터 등 대테러 보안이 필요한 시설에 무장 보호 조치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는 민간 보안업체가 자체 무기 창고에 무기를 보유할 의무만 규정돼 있다.
러시아 당국은 공연장·쇼핑센터 등 다중 이용 시설을 대상으로 경고 대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경비 인력은 충분한지 등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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