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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34년 만에 최저... 마이너스 금리 해제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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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34년 만에 최저... 마이너스 금리 해제했는데 왜?

입력
2024.03.27 17:30
수정
2024.03.27 20:3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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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달러당 152엔 근접
'완화적 금융 환경 유지' 영향

하나은행 직원이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하나은행 직원이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엔화 가치가 27일 달러당 152엔에 근접하며 약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계기로 엔화 약세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급격한 엔저(엔화 약세)에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은 긴급 3자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날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51.97엔에 거래됐다. 장 초반 151.5엔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엔·달러 환율은 정오쯤 2022년 10월 기록인 151.94엔을 넘어서 151.97엔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버블 경제' 시절인 1990년 7월 이후 3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아진 것이다.

일본은행 심의위원, 추가 금리인상 신중론

이날 엔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일차적으로 간밤 미국에서 양호한 경제지표가 발표돼 미국의 금리 인하 신중론이 재부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은행 인사의 금리 인상 신중론 발언도 영향을 줬다.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이날 강연에서 "천천히, 하지만 착실하게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이례적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9일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초저금리 환경을 유지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됐다. 당시 우에다 총재는 마이너스였던 단기 정책금리를 8년 만에 0~0.1%로 인상하면서도 "완화적 금융 환경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 안에서도 금융완화 축소에 적극적인 '매파'로 평가받는 다무라 위원이 정책 변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두드려졌다"고 짚었다. 교도통신은 한 외환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다무라 위원이 추가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날 발언은) 의외였다"고 전했다.

"정부 외환시장 개입 경계하려는 영향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도쿄 일본은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도쿄 일본은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례적인 엔화 약세에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재차 내비쳤다.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를 통해 "과도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회의 후 취재진에 "최근의 엔저는 투기적 움직임이 배경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높은 긴장감을 갖고 외환시장 동향을 주시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NHK는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엔화는 달러당 151엔 후반까지 떨어졌지만, 회의 이후 151엔 전반까지 회복했다"고 전했다.

엔화 약세에 증시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한 4만762엔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지난 2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4만888엔)를 웃돌기도 했다. 이날 한국 원화 가치도 하락해,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인 1,348.7원에 마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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