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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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인도 등 2024년 전 세계는 선거 열기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다 인구를 보유한 인도의 총선(4~5월)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선거에서 또다시 종교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기구나 관습, 가치관이 종교와 분리돼야 한다’는 세속주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정치에 종교를 개입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선거 기간에 두드러지며, 종교 이슈가 선거 캠페인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곤 한다.
실제로 최근 모디 총리는 인도 북부 힌두교 7성지 가운데 하나인 아요디아(阿踰陀)에 있는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힌두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해석되면서 큰 논란이 불거졌다. 또 지방법원이 과거 힌두교 사원이었던 장소에서 무슬림의 종교 행사를 허용한 점 또한 종교 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또 다른 뜨거운 논란은 2019년 입법되고도 무제한 연기됐던 시민권(개정)법의 갑작스러운 시행이다. 이 법안은 2014년 이전 아프간ㆍ방글라데시ㆍ파키스탄에서 박해를 받고 인도로 피난 온 특정 소수 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시민권 부여 대상에 무슬림은 제외돼 있어 반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서 인도 내에서 종교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인도 안팎에서는 모디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실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이 승ㆍ패를 반복하는 등 민심이 모디 정권의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모디 정권은 지난 2019년 카슈미르 테러에 대한 이슬람 무장 근본주의에 대한 폭격을 감행, 총선에서 압승한 경험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모디 정권이 종교 이슈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십자군 전쟁부터 9ㆍ11 테러,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 이르기까지 종교는 많은 역사적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인도에서 종교는 단순한 신앙의 영역을 넘어, 선거 같은 정치에도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힌두 민족주의가 있다. 인도인민당은 힌두 민족주의적 종교 이념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인도 사회의 다양성과 세속주의 원칙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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