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은 남녀노소 무관이다. 그것은 때로는 꿈의 문제이며, 때로는 생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소홀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의 방향성도 다양해진다. 이 직업이 나은가? 여러 개보다는 한 우물을 파야 하나? 진로는 언제부터 고민해야 하지? 진로 선택을 잘했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2월 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어릴 적 장래희망부터 진로 탐색 시기의 목표직업, 그리고 실제 주된 직업까지 3개의 주요 진로 형성 시점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진로 일대기’를 살펴봤다.
장래희망 형성은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 1위는 '교육자'
어릴 적 장래희망의 개수는 ‘2~3개’였다는 사람이 69%로 가장 많고, 평균은 2.4개이다. 직업 진로 탐색 시기의 목표직업 개수 역시 ‘2~3개’라는 사람이 53%로 가장 많고, 평균은 1.6개이다. 반면,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해 온 실제 직업의 개수는 ‘1개’라는 사람이 49%로 가장 많고, 평균은 1.9개로 나타났다. 장래희망과 직업 진로 탐색, 실제 가진 직업 모두 1~3개 사이에 전체 응답의 85% 이상이 집중돼 있다.
장래희망이 형성된 시기는 ‘초등학교 때’가 51%이고, ‘중학교 때’ 26%, ‘고등학교 때’ 14%가 뒤를 이었다. 직업 진로를 본격적으로 탐색한 시기는 ‘20대 초반’ 40%, ‘10대 후반’ 29%, ‘20대 후반’ 21%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인에게 어떤 직업이나 직무가 잘 맞는지 알게 된 시기는 10대 후반부터 40대 이상까지 최소 8% ~ 최대 20%를 기록하였다. 주로 10~20대 시기에 꿈을 갖고 진로를 탐색하나, 직업 및 직무 적합도를 인지하는 시기는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래희망과 목표직업, 그리고 실제 직업별로 어떠한 직업을 선택했는지도 살펴봤다. 먼저 장래희망은 ‘교육자’ 24%, ‘의사 및 간호사’ 11%, ‘과학자 및 연구원’ 10%, ‘예술가’ 9%, ‘방송인 및 연예인’ 7% 순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으로 직업 진로를 탐색하는 시점에서의 목표직업은 ‘일반 근로자’ 25%, ‘공무원’ 19%, ‘기술자 및 개발자’ 12%, ‘교육자’와 ‘자영업자’ 9%가 상위 5순위를 차지했다. 실제 직업에서는 ‘일반 근로자’의 비중이 더욱 커져 40%로 나타났고 ‘기술자 및 개발자’ 13%, ‘자영업자’ 11%, ‘교육자’ 10%, ‘공무원’ 7%가 뒤를 이었다.
장래희망 1~3위를 차지했던 직업들은 실제 직업에서는 후순위(교육자 10% 4위, 의사 및 간호사 3% 6위, 과학자 및 연구원 1% 11위)에 자리하게 됐다. 장래희망 7%(6위)였던 ‘공무원’은, 목표직업에서 19%(2위)로 크게 높아졌다가 실제 직업에서 7%(5위)로 다시 낮아져 대한민국의 공무원 임용시험 풍토를 실감케 했다. ‘자영업자’는 장래희망 3%(10위) → 목표직업 9%(4위) → 실제 직업 11%(3위)로 점차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기술자 및 개발자’(장래희망 4% 8위 → 목표직업 12% 3위 → 실제 직업 13% 2위) 역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본인이 희망하거나 목표한 바를 이루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구체적인 직업이 아니라 직업 계열 또는 직업군 일치 여부로 폭넓게 고려할 때 장래희망과 실제 직업이 일치하는 사람은 11%이며 목표직업과 실제 직업이 일치하는 경우는 47%로 나타났다. 어릴 적 장래희망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길을 가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진로탐색 시기에 가진 목표직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길을 가는 사람은 2명 중 1명꼴이다.
장래희망과 목표직업 형성에는 ‘그 당시 취미 및 흥미’가 가장 큰 영향
장래희망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는 ‘본인의 취미 및 흥미’ 29%, ‘주변 사람들의 의견’ 18%, ‘대중매체’ 17% 순이다. 목표직업 형성 요인 역시 1위가 ‘본인의 취미 및 흥미’ 24%, 2위가 ‘주변 사람들의 의견’ 22%로 장래희망과 순위가 동일했으나 3위는 ‘고등학교 계열 또는 대학교 전공’ 22%로 나타났다. 실제 직업을 갖게 된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26%로 1위에, ‘고등학교 계열 또는 대학교 전공’은 23%로 2위에 자리했다. 반면 ‘본인의 취미 및 흥미’는 16%(3위)로 나타나면서, 꿈과 목표를 설정할 때는 본인의 취미 및 흥미가 큰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 직업을 가질 때는 영향력이 작아지고 학업(전공)이나 주변 의견 영향이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 성향 파악’이 만족 직업 찾는 데 가장 큰 영향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본인 성향 파악’이 36%로 가장 높다. 뒤를 이어 ‘직업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 15%, ‘본인과 맞는 전공의 선택’ 13% 순으로 자리했다. 그 외에 ‘직업에 대한 경험(체험)을 쌓는 것’과 ‘부모 또는 본인의 경제력’은 12%를 기록했다.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어떤 특징이나 성향의 사람인지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본인과 맞는 전공 선택 및 직업 및 직무 관련 정보의 충분한 습득이 뒷받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자들은 말한다.
더욱 원활한 직업 진로 탐색을 위한 효과적인 국가지원으로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 시기에 직업체험 기회 확대’가 28%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직업 진로 탐색을 위한 경제적 지원’ 16%, ‘국가 차원의 직업 진로 상담센터 개설’ 15%로 나타나, 직업 진로 탐색에서 체험 및 상담의 기회 확대가 필요하고, 진로 탐색에 있어서도 비용 부담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실제 직업과 학교 전공 간 관련성에 따라 직업 선택 요인과 직업 만족도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직업과 학교 전공 간 관련성이 없는 사람 중에서는 31%가 실제 직업을 선택할 때 ‘직업으로 인한 소득’을 고려했다고 답해, 관련성 있는 사람(19%) 대비 많았다. 반면 ‘직업 및 직무 적합도’를 고려했다는 응답은 실제 직업과 학교 전공 간 관련성이 있는 사람(27%)이 관련성 없는 사람(19%)보다 많았다.
직업의 만족도는 실제 직업과 학교 전공 간 관련성이 있는 사람(89%)이 없는 사람(78%)보다 높고, 구직 의향자 중 ‘자신이 직업적 진로를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실제 직업과 학교 전공 간 관련성이 있는 사람(54%)이 없는 사람(29%)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즉, 실제 직업과 학교 전공 간 관련성이 낮은 경우, 주로 ‘근로 소득’에 중점을 두고 실제 직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실제 직업에 대한 만족도나 진로 탐색의 원활성은 ‘직업 및 직무 적합도’를 고려하여 선택한, 실제 직업과 학교 전공 간 관련성이 있는 집단이 더 높다.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생애 주요 진로 형성 시점별로 1~3개의 직업을 탐색하거나 갖는다. 어릴 때는 취미 및 흥미에 따라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지만 막상 직업을 선택할 때는 전공과 주변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게 된다. 진로를 잘 결정하려면 본인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나에게 어떤 직업이나 직무가 적합한지 알게 되는 시기는 40대 이상까지도 계속된다. 이를 위해 직업 체험과 상담, 비용 지원 등을 필요로 한다. 보다 나은 직업 진로 탐색을 위해서는 직업과 학업 전공 간의 관련성이 중요할 수 있으며 당장의 근로 소득보다는 직업 및 직무 적합도를 좀 더 고려한다면 내가 선택한 직업에 보다 더 만족할 수 있는 가능성도 키워볼 수 있다.
진로에 정도(正道)는 없으며 평생의 숙제이기에, 응답자들은 진로를 고민하는 미래세대를 위해 그동안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1,000개의 조언들은 모두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1위 “자신의 성향과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세요”(24%), 2위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체험)을 쌓으세요”(17%), 3위 “본인이 평소 즐기거나, 하고 싶은 일을 탐구하세요”(16%), 4위 “포기하지 말고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하세요”(12%), 5위,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정보 탐색이 필요해요”(7%)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