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어제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믿기 힘든 발언을 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 신촌 집중유세에서 “범죄자가 지배하지 못하게 해 달라”며 “여러분 혼자서 궁시렁대지 말고… 나가서 국민만 보고 찍으면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범죄자'라 강조하는 차원에서 등장한 이 '개같이' 표현은 육두문자에 해당돼 심각하다. 이어진 용산 유세에선 "정치를 뭐같이 하는 사람"으로 바꿔 말했다.
불과 하루 전 “몸이 뜨거워지고 말실수하기 쉽다”며 ‘말조심’을 당부한 집권당 대표가 오히려 ‘혼탁선거’를 부추기는 상황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쓰는 말 대신 5,000만의 언어를 쓰겠다던 그가 정작 '여의도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선거판세에 따른 조급함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그럴수록 정치혐오를 부추길 게 아니라,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하는 게 맞다.
"돼지 눈에는 다 돼지로 보인다"고 맞대응한 민주당을 두둔할 수도 없다. 이재명 대표는 사흘 전 “국가나 정부가 의붓아버지 같다. 매만 때리고 사랑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의부·계모에 비유한 것인데, 재혼·입양 가정을 가정폭력이란 선입견으로 비하한 태도로 비칠 수 있다. 앞서 그는 “경기북도를 분도 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해, 강원도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조국 대표도 어제 "이 꼬라지(꼴) 그대로 가다 나라 망하겠다, 이런 판단으로 힘을 실어달라”고 사투리 속어를 동원했다. 극도로 민감한 선거국면에 정치지도자들마저 사려 깊지 않은 발언을 한다면 정치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총선 투표가 12일 남은 가운데 초박빙 접전지가 속출하면서 선거정국은 어느 때보다 어지럽다. 근거 없이 ‘막 던지는’ 의혹 제기나 혐오 표현이 등장하고, 철 지난 색깔론부터 소수자에 대한 편견 조장까지 난무한다. 하지만 상대를 저격하는 막말과 실언으로는 지지층만 열광시킬 뿐, 선거 당락을 좌우할 중도층은 잡을 수 없다는 게 역대 선거의 교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