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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세계 꼴찌"… '바이오 빅 데이터'가 탈출 해법 내놓을까?

입력
2024.03.30 18:20
수정
2024.03.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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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줄어들면서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줄어들면서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s)’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그날 BBC의 ‘가장 많이 읽은 기사’로 꼽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올해에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 압도적인 세계 1위 저출산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1.58명, 2021년 기준)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치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국가의 심각한 도전 과제가 됐다. 단순한 노동력 감소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의료 시스템 부담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경제 성장에도 발목이 잡히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살기 힘든 세상’이다. 집값은 너무 비싼 데다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도 없어지고, 무한 경쟁의 현실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감 등이 꼽힌다.

필자는 이 가운데 무한 경쟁으로 인한 심리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이오 빅 데이터(bio big date)’다.

다양한 생물학적 및 건강 관련 데이터 소스(유전자·단백질·대사체 등)에서 수집된 방대한 바이오 빅 데이터를 분석하면 개인의 결혼·출산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패턴·요인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오 빅 데이터는 특정 스트레스 요인과 그것이 생식 건강과 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를 생리·심리적 측면을 모두 다루는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시해 저출산을 해결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 바이오 빅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 스웨덴 연구팀은 바이오 빅 데이터를 활용해 스트레스 호르몬과 생식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다(The effects of stress on ovarian function: insights from a large-scale data analysis, J. Reprod. Immunol., 2018). 이 연구는 생활 속 스트레스가 난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했다. 이 연구는 심리적 요인이 난임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이를 관리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해결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규모 건강 데이터 베이스 즉 바이오 빅 데이터를 이용해 난임 부부를 위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했다(Personalized Medicine for Infertility: UK Biobank Data Analysis, Fertil. Steril., 2020).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바이오 빅 데이터가 개인 맞춤형 난임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웅변해준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난임 여성이나 배우자가 겪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고 건강한 출산을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NIH)은 바이오 빅 데이터를 이용해 난임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Big Data and Fertility: NIH-Sponsored Research Project, NIH Research Matters, 2021). 이 연구는 난임 치료법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물론 난임 치료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빅 데이터는 이처럼 불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해 가임기 부부가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근본적인 출산율 저하 원인을 규명해 저출산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만들 것이다. 예컨대 불임 등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환경 영향 등 건강한 임신을 저해하는 요소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초유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처럼 바이오 빅 데이터 축적·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바이오 빅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플랫폼은 의료기관·연구소·대학 등에서 수집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출산과 관련된 데이터 품질과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출산율 감소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 모색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공유 균형은 바이오 빅 데이터 활용의 핵심 원칙이다. 출산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의 엄격한 준수가 당연하다. 동시에 연구자가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도 마련돼야 한다.

바이오 빅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해외 연구 기관과 데이터베이스와 협력해 다양한 인구 집단에 대한 출산율 감소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바이오 빅 데이터를 활용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미증유의 출산율 저하 같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국가적 난제를 풀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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