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내 구조물서 추락해 영구장해
"도공이 구조물 점유자이자 사용자"
법원, 2억9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
작업 중 추락해 영구장해를 얻은 재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원청인 한국도로공사(도공)가 약 3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100% 수용한 판결이다. 법원은 사업주인 동시에 사용자인 도공 측에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 박종택 판사는 도공 재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29)씨가 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월 1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배상액은 2억9,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도공은 2020년 12월 강원 평창군의 한 터널 집진기실 분진저장탱크를 정밀검사하는 터널전기안전관리용역을 B업체에 맡겼다. A씨는 B업체가 재하청한 C사 소속으로 일하다 이듬해 3월 터널 내부 진입로 구조물에서 사고를 당했다. "먼저 들어가라"는 선임직원 지시에 따라 휴대폰 손전등에 의지해 터널에 진입하던 그는 갑자기 구조물이 무너져 4~5m 높이에서 추락했다. 구조물은 성인 체중을 버티기 힘든 소재였고, 안전한 진입로가 있었지만 식별 가능한 안전표지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요추 압박골절상으로 영구장해를 얻어 원청인 도공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도공 책임비율을 100%로 산정,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조물 점유자이면서 A씨의 사용자로, 도공 측에 보호의무나 안전 배려의무가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재판부는 사고 경위 등을 토대로 "도공은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및 원고의 사용자로서 보호의무를 위반한 책임도 있다"고 판결했다.
도공은 'A씨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주도적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충분한 구조물 조사 등은 주로 사업주나 사용자인 하청업체나 재하청업체가 할 업무이거나 주의의무이고 A씨는 안전교육을 받을 위치였지만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대라는 점, 노동능력상실률 등을 고려해 위자료 3,200만 원 포함 총 2억9,000여만 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책정했다.
도공은 판결에 불복해 이달 22일 항소했다. 항소심에선 하청업체가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다. 1심 재판부가 "하청업체 주의의무 위반은 도공과 하청업체 사이 구상금소송 등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설명한 만큼, 향후 재판의 쟁점은 하청업체가 의무를 다했는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청업체 측이 A씨에게 안전교육을 어느 정도 했느냐에 따라 사용자 책임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