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분간 대국민담화에 증원 타당 이유 빼곡히
원칙 강조하면서 의료계 '카르텔'로 비판
성태윤 정책실장 "2000명 절대 수치 아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라면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의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이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윤 대통령 제안을 전제로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했다. 의정갈등 이후 명시적으로 2,000명 안 조정 가능성을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내비치면서, 강대강 국면에 변곡점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정 갈등 이후 첫 사과... "국민불편 해소 못해 송구"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주제로 51분간 1만4,000여 자 분량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 이후 첫 담화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의정 갈등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과 2,000명 증원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국민적 이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애초에 점진적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20년 후에 2만 명 증원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부터 몇백 명씩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면 마지막에는 1년에 4,000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와 의료계를 향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고 했다. 의사들을 '카르텔'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을 향해서도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화 제스처는 취했지만... "증원 규모 줄이려면 과학적 근거 제시하라"
합리적 근거를 제시 못한 의료계를 향해 대안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가 주장하는 2,000명 증원 불가론에 대해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진다"며 "그뿐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고 직격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고 대화 의지를 내비치면서 3자 대화체 구성도 제안했다. 그는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말했다.
강경 메시지 부각... 대통령실, 공개적으로 진전 입장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직후 여권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총선을 앞둔 여당에서는 좀 더 유연한 메시지를 기대했지만, 정면 돌파 의지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 담화 직후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면서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를 협의해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통령실도 원칙 못지 않게 대화 메시지에 힘이 실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 실장은 이날 저녁 KBS에 출연해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 "2,000명이라는 숫자가 절대적 수치라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2, 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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