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동물단체, 말 복지 공약 제안
국내에서 말은 대부분 경주용으로 태어난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경주에 이용되는 서러브레드종 기준 연간 1,400여 마리가 퇴역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은 '폐사' 처리된다. 경주마 퇴역 이후 정확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기타' 분류 역시 10%를 넘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말 사육환경이나 말 관리와 관련한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처럼 동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말 복지 향상을 위해 동물단체들이 4∙10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 '말 복지 공약 수립'을 제안했다.
제주비건,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14개 동물단체는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새진보연합, 조국혁신당(가나다순) 등 각 당에 말 복지를 위한 공약을 제안했다고 1일 밝혔다. 제안 내용은 △'말복지체계 구축과 학대방지'를 위한 보호법 제정 △'말 복지를 우선 내용으로 하는 경마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경주마 생산, 활용 및 관리에 대한 조사 및 종합계획 수립 내용이 담겼다.
단체들은 동물자유연대의 '승마체험산업실태조사'를 인용, 퇴역경주마뿐만 아니라 승마장에서도 말 복지가 심각하게 훼손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말들도 별다른 제재 없이 승마 체험에 동원되고, 마방의 90% 이상이 깔짚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사육환경이 열악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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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보편적인 말 복지에 대한 국가기준이 있고, 스위스는 아예 말 학대 방지와 사육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경마산업 내 말 복지를 우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조사를 비롯해 말 복지를 저해하는 구조적 위협 요인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올해로 경마산업이 102년이 된다"며 "경주마를 생산, 육성, 이용, 퇴역하는 전 과정에서 말의 복지 훼손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국마사회는 정작 퇴역경주마 기준 마련을 위한 법 개정에는 반대하고 있다"며 "이번 22대 국회에 각 정당이 경마산업 전환을 위한 법 개정에 힘써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단체는 이날 동물국회복지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원(가수 리아)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자를 만나 말 복지를 위한 공약 제안서를 전달했다. 박 의원은 "시간상 당장 공약에 해당 내용을 포함시키긴 어렵지만 앞으로 민주당의 동물복지를 위한 노력에 포함시키겠다"며 "말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조국혁신당은 동물학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말 복지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단체에 따르면 공약 제안을 받은 정당 가운데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 새진보연합은 이를 적극 수용해 공약에 반영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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