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 허용하며 우선분양권 등 포기 요구
임차인 "법적 다툼 있는데, 갑질 강요" 반발
사업자 측은 "의무임대 끝나 소멸 당연" 반박
경기 성남시의 한 민간임대아파트 사업자가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계약연장)를 받아들이면서 ‘우선 분양전환청구권’(우선 소유권 이전 권리)을 포기토록 하는 등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공공택지 59만㎡ 부지에 들어선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아파트(543가구)다. 이 아파트는 4년 민간임대(무주택자·청년 등 특별 공급) 주택으로 이달 20일이면 4년 임대기간이 끝난다. 임대사업자는 이들 가구를 민간분양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문제는 사업자가 분양계약을 하지 않고 2년 계약연장을 원하는 임차인에게 소유권 이전 권리를 포기하는 서명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확인서에는 ‘분양전환을 스스로 포기하고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바, 우선 분양전환청구권을 포기함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있다.
분쟁은 지난해 말부터 발생했다. 임대사업자가 “임대 기간이 끝나면 임대사업자 지위가 소멸된다”는 이유로 갱신계약을 거부하면서다. 결국 임차인들은 국토교통부에 “계약갱신권은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국토부는 민간임대특별법 제6조 등을 근거로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임대사업자는 계약연장을 허용하면서 논란의 확인서를 작성했다. 확인서에는 △우선 분양전환 청구권 포기 △임대사업자에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을 것 △사업자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제거할 것 △시위를 벌이거나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 것 등의 조항이 담겼다. 임대사업자는 확인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연장을 거부할 방침이다. 확인서에 서명을 한 가구는극소수로 알려졌다.
임차인들은 “임차인 권리를 더 축소시키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길숙(57) 제일풍경채 임차인 대표회의 회장은 “임대차보호법상 당연한 계약연장을 해주면서, 아량을 베풀 듯 독소조항이 담긴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은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확인서의 법적 효력 여부도 논란이다. 임차인 측 법무법인 '민'의 최일권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서상 우선분양청구권 행사 시점이 명시돼 있지 않은데, 계약연장 가구라는 이유로 이를 포기하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확인서 내용도 임대차보호법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임대사업자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측 관계자는 “분양 공고에 날짜까지 못 박아 의무 임대기간(4년)을 채우고 분양전환 할 때만 ‘우선 분양전환청구권’이 발생하고, 이후엔 소멸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향후 우리가 일반 시행사로 전환되면 합의하에 소유권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민간임대특별법에는 임대기간이 끝난 이후 우선분양청구권 행사에 대한 관련 조항이 없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차인 측의 분양권 지위 인정 소송 등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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