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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二重)경제 탈출 작전이 필요하다

입력
2024.04.03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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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제 실력 발휘 못 하는 한국경제
첨단·재래, 수출·내수, 계층 간 분리심화
상식 뛰어넘는 장기성장 정책 시작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는 얘기를 들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하다. 지난해에는 경제개발 시작 후 처음으로 일본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 그러나 단지 한 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의 경제 실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은 2001년 5.4%에서 올해 1.7%(OECD 기준)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2012년부터 잠재성장률보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12년간 우리는 실력 발휘도 못 하고 조용히 무너져왔다.

왜 그럴까.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경제의 양 축인 내수와 수출 경기가 완전히 분리돼 이중경제 구조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내수 공급은 온라인 소비가 확산되고, 해외에서 저가 소비재가 몰려왔다. 최근에는 알리, 테무 등 중국계 온라인 쇼핑의 공습으로 내수시장은 붕괴 일보 직전에 도달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소비는 위축된다. 내수의 중요한 축인 투자도 2022년을 고비로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물가 급등과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비 여력은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더군다나 누적된 소득과 자산 양극화로 내수 소비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수출 역시 어렵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관련 대기업들은 그런대로 선방해왔다. 그러나 대기업 중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등 몇몇 산업을 제외하면 중국에 밀려 장기 수출 전망은 여의치 않다. 또한 이 산업들은 고용 유발 효과가 매우 적어 업황 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

경제가 양분된 이중구조가 고착되면서 이제는 국가경제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소득 상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전체 평균도 동시에 상승한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상태에서 상위 계층 소득만 늘게 되면 전체 국민 중 소득이 증가하는 인원은 줄어든다. 경제가 성장해도 소비는 늘지 않는다. 양극화에 따른 소비 축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채무가 있는 다중채무자는 450만 명, 소상공인 부채는 1,000조 원, 가계부채는 2,000조 원, 비금융 기업대출은 2,80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50% 이상 늘어났다. 소비는커녕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 상위 계층과 중하위 계층으로 완전히 분리된 이중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중경제 구조가 정착되면서 결국 성장 잠재력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성장을 위해 대기업 정책이나 산업 정책은 보다 과감해야 한다. 이미 각국은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자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산업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주로 신흥국에서 사용하던 산업정책을 이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면서 '자유무역'과 '시장주의'로 대표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전면 수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한국도 보다 적극적인 경제와 산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내수 역량을 높이고 수출을 늘려야 하는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쪽이 무너지면 나머지 전선도 함께 무너지는 구조다. 이중경제에 대한 절박한 인식과 민첩한 양동작전이 필요하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정권과 무관하게 장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교육 혁신,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서민층을 위한 획기적인 자금 지원 등 과거 경제 상식을 넘어서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는 늘 경제전쟁, 무역전쟁 등 전쟁을 입에 올리지만 전시에 준하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홍성국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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