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강온 양면전략 구사
대통령실, 윤 담화 7시간 만에
'2000명 조정 가능성' 언급에 방점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담화로 정면 돌파를 선택한 이유가 응축된 말이다. 의료계의 반발이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이 한계치에 이르자 국민에게 호소하며 직접 나섰다. 다만 대통령실은 담화 7시간 만에 의정갈등의 최대 쟁점인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해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향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윤 대통령 담화와 전제는 같지만 한 걸음 더 유연해진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대통령의 원칙과 총선 승리를 위한 여당의 요구 사이에서 의료계를 향해 강온 양면책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기조와 철학 설명에 방점...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안 했나"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개혁 의지와 원칙을 강조했다.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정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 '건설 현장 폭력 세력 대응' '건전재정 기조' '원전 정책 정상화' 등 그간 정책을 열거했다. 강력한 저항을 받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 것들이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도 정치적 유불리 셈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방치돼 지금처럼 절박한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약점으로 꼽히는 '불통' 이미지도 불식하려 애썼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37차례에 걸쳐 의료계와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왔다면서 구체적 날짜를 거론하며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담화 이후 참고자료를 통해 의사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가 전문가그룹과 진행한 논의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선거용 타협 문제 아니다' 입장 피력... 당과도 전날 소통
당초 대통령실은 의료개혁을 총선과 연동된 단기 이슈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할 심산이었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난주부터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국민들이 적극 공감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했다. 결국 대국민담화로 방침을 정하고 전날 국민의힘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총선이 9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였다. 윤 대통령의 담화가 미칠 정치적 파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의료개혁에 대한 지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원칙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가 최근 5주(2월 5주~3월 4주)째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이유로 꼽힌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갈등에 피로를 호소하는 여론도 분명 있지만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길 원하는 여론도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사들은 입장도 내지 않고 정치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영향에 정치권 촉각... '강경하다' 평가에 대통령실은 수습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여당 내부에선 "직역 카르텔" "증원 반대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등 원색적 발언으로 의사들을 자극한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담화는 강경한 메시지가 아닌 '대화'에 방점이 찍힌 메시지라고 수습했다. 담화 7시간 만에 KBS 인터뷰에 출연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정부는 2,000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다.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 윤 대통령이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라고 말한 담화 내용의 전제와 같지만, 더 진전된 입장으로 여당 요구까지 수용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화 내용에 대해 "대화를 호소한 것이고, 합리적 근거가 바탕이 된다면 논의의 의제는 제한이 없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화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 "정부여당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건 저한테 얘기해달라. 책임지고 목숨 걸고 해결하겠다"고까지 한 배경도 이런 대통령실 흐름과 무관치 않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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