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법, 증오범죄 폭넓게 규정... 1일 시행
"표현 자유 침해" "사법 역량 미비" 지적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 '증오범죄 및 공공질서법'(이하 증오범죄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법은 '혐오 또는 편견에 뿌리를 둔 범죄'를 칭하는 증오범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폭행·욕설 같은 증오범죄 자체뿐만 아니라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까지 범죄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증오범죄가 싹틀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정부 "혐오·편견 없는 사회 만들 것"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증오범죄법은 ①연령, 장애, 종교, 성전환, 성적 취향 및 특성 등을 이유로 한 범죄를 증오범죄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은 1986년 도입한 공공질서법을 통해 인종, 피부색, 국적, 민족 등에 근거한 범죄를 증오범죄로 분류해 왔는데 이를 확장한 것이다. ②증오범죄법에 따르면 증오를 조장할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거나 모욕적이라고 간주되는 언동도 증오범죄로 분류된다. ③증오범죄법은 엑스(X),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적용된다. 증오범죄법상 최대 형량은 7년 징역형이다.
이 법은 2021년 법무부 장관이었던 훔자 유사프 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주도로 마련됐다. '피해자 및 지역사회 안전부' 장관인 시오비안 브라운은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두려움 속에 살거나 자신이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된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혐오와 편견이 없는, 보다 안전한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증오범죄법에 의미를 부여했다. 스코틀랜드 언론 더헤럴드에 따르면 2022, 2023년 증오범죄 신고 건수는 5,738건이다.
"나를 체포하라" 증오범죄법 비판 봇물
그러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증오범죄법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분출하고 있다. 증오범죄 성립 요건이 불분명하고 기준이 낮기 때문에 억울하게 증오범죄 혐의를 받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고,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자기 검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은 X에서 "자유의 땅 스코틀랜드. 나를 체포하라"고 비꼬았다. 그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이를 '남성'으로 칭했다가 평등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는 등 성전환자를 새로운 성으로 부르지 않겠다는 신념을 공공연히 표출해 왔다. X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불필요한 사법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스코틀랜드경찰감독관 협회장인 롭 헤이는 "SNS상 문제 제기가 급증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 등) 추가 자원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페미니스트 단체는 증오범죄법이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증오범죄법 적용 대상에서 '성별'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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