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 유스케 '22세기 민주주의'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의 꽃이라는데 과연 그럴까. 팬덤 정치에 편승하는 정치인이 수두룩하고 민심은 선거 캠페인과 분위기에 따라 요동치는 현실 선거판은 고장 난 대의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선뜻 고칠 생각도 못 한다. 민주주의 시스템을 수정하자는 주장이 자칫 불온한 것으로 여겨질까 두려워서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일본 전문가인 나리타 유스케는 책 '22세기 민주주의'에서 "전 세계가 최선의 제도로 선택한 대의 민주주의의 효용이 다했다"고 용감하게 선언하고,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무수한 데이터를 수집해 알아내자"고 제안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해 정책을 결정하게 하는 대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파악한 민의를 토대로 정책 결정을 하도록 알고리듬(algorithm)을 설계하자는 것.
구상은 이렇다. 유스케에 따르면 인터넷, 폐쇄회로(CC)TV 등에 특정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수많은 단서가 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웹 3.0 등의 첨단 기술을 동원해 민의를 데이터화하고,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학업성취도 등 다양한 지표를 조합하면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명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다. 그 세계에서 인간은 이의를 제기하고 거부하는 '게이트 키핑'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이 정보를 취득·학습하고 판단해서 하는 투표와 데이터에 입각해 AI가 내리는 판단 중에 무엇이 더 객관적일까. 선거철마다 좋은 답지를 고르는 데 곤혹스러움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는 유권자라면 "훗날 고양이 같은 존재가 정치인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주장이 더 이상 기괴하거나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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