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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의정갈등 제자리... 총선 전 타개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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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의정갈등 제자리... 총선 전 타개 난망

입력
2024.04.05 18: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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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전공의 첫 대화 입장 차만 확인
정부 '2000명 증원' 확고, 의료계는 자중지란
해법 못 찾고 장기화로 가는 의료 공백

평소였으면 외래진료 환자로 붐볐을 충북 청주시의 한 대학병원 로비가 5일 오전 텅 비어 있다.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이날부터 외래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청주=뉴시스

평소였으면 외래진료 환자로 붐볐을 충북 청주시의 한 대학병원 로비가 5일 오전 텅 비어 있다.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이날부터 외래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청주=뉴시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전공의 대표 직접 면담도 통하지 않았다.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로 시작된 의정(醫政) 갈등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이후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만 커지고 있다.

2000명 증원 불변...'출구' 못 찾는 의정 갈등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5일 대통령실 공식 입장과 의료계 반응 등을 종합하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2시간 20분간 대화는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원론적 브리핑을 했고, 박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면담 결과를 암시했다. 박 위원장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을 대통령에게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일단 의정 대화와 의료개혁을 병행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공의뿐 아니라 의료계 다른 분들에게도 마음과 귀를 열고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를 이어갈 의지를 밝혔다. 이에 비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유연하고 포용적이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정책 실행 의지에 방점을 찍었다. '2,000명 증원'에 대해서도 "정부의 정책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는 기존 방침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했다.

의료계는 갈수록 쪼개지는 양상이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독단적으로 대통령과의 만남을 결정하고 면담 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며 박 위원장 탄핵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오전 SNS에 '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는 글을 올려 의료계 분열을 시사했다. 임 회장이 전날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문장을 게시한 점, 박 위원장이 대통령 면담 전 의협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가리키는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 추측이 가능하다.

복귀와 점점 멀어지는 전공의...의료 공백도 장기화

5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로비에서 의료진이 '선애치환(先愛治患)'이라는 말이 담긴 액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선애치환은 '먼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치료하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5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로비에서 의료진이 '선애치환(先愛治患)'이라는 말이 담긴 액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선애치환은 '먼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치료하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정부는 '의료계가 합리적이고 통일된 안을 제시하면 증원 규모까지도 대화 의제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계가 사분오열해 2025학년도 전국 의대별 정원이 최종 확정되는 다음 달 말까지 통일된 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집단 이탈에 따른 행정처분 여부를 떠나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전공의 비중이 큰 상급종합병원들은 당장 버티는 게 과제가 됐다. 대한병원협회가 1,000병상 이상 병원들의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평균 수입은 596억1,000만 원으로 전년(784억3,000만 원) 대비 24% 급감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 공백의 직접적인 원인이 전공의 이탈인데,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지금 같은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의정 갈등과 그로 인한 의료 공백 장기화,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방에서 연일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정부와 의료계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면담에 대해 이날 "최악의 의료 공백 사태가 한 달 보름간 계속되고 있는 지금은 (정부가) 입장을 경청할 때가 아니라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의 '의료의 미래' 언급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전공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필수의료를 내팽개친 집단 진료 거부 사태를 반성하고 중단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직격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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