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의 첫 만남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이후 의료계는 사분오열이다. 의대 교수들은 대통령을 ‘일진’에 비유하는 막말을 퍼붓고, 전공의들은 박 위원장 탄핵 공방으로 둘로 쪼개졌다. 대한의사협회가 내부 분열 봉합에 나섰지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만남을 두고 정진행 서울대 의대 비대위 자문위원은 SNS에 “우리 집 아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다”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다”고 적었다. 같은 대학 허대석 명예교수도 “20대 아들이 조폭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귀가했다면 누가 나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선배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기는 하나, 대통령을 ‘일진’ ‘조폭’ 등에 비유하는 자극적 표현은 사회 지도층의 품격을 의심하게 한다. 환자는 안중에 없고, 아들(전공의)만 염려되는 모양이다. 심지어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국민이 나서서 부흥시킨 나라를 문과 지도자가 말아먹는다”며 문∙이과 갈라치기까지 했다.
내부 총질도 서슴지 않는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독단 행동에 분노한다”며 박 위원장 탄핵 문건이 나돌았고,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밖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더 어렵게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번 만남에서 확인됐듯 전공의 따로, 의협 따로, 의대 교수 따로 움직여서는 내부 갈등만 증폭될 뿐이다. 의협 비대위가 어제 3시간여 회의 뒤 대통령과 박 위원장 면담이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은 건 그나마 고무적이다. 조만간 전공의, 의대 교수 등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는데 이럴 거면 의정협의체 가동을 외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증원 프로세스 중단'만을 외쳐서 어떻게 절충점을 찾을 수 있겠나.
정부도 ‘2,000명 증원’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좀 더 명확히 줄 필요가 있다.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 지키며”(5일 한덕수 국무총리) 식의 어정쩡한 발언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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